“지구와 같은 외계의 행성을 찾기 시작한 지 10여년동안 240여개 정도의 외계 행성계를 찾았습니다. 다음 단계는 외계 생명체가 있을만한 제2의 지구를 찾는 것이죠. 그 순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충북대 물리학과 한정호 교수는 태양계 밖에서 태양계와 비슷한 외계 행성계를 찾는 ‘지구 사냥꾼’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계 중 가장 태양계에 근접한 행성계 발견 결과를 발표한 15일 <사이언스> 논문에는 한 교수를 포함해 무려 11개국 69명 공저자의 이름이 올라있다. 사이언스>
연구그룹 별로는 한·미 연구팀인 마이크로-펀(micro-FUN), 미국·유럽의 OGLE, 일본과 뉴질랜드의 MOA, 미국 중심의 플래닛(PLANET)이라는 4개 그룹인데 이들이 모두 ‘중력렌즈’로 외계 행성계를 탐사하는 내로라 하는 세계의 ‘사냥꾼’들이다.
중력렌즈 현상이란 지구에서 바라보았을 때 어느 행성계가 다른 별 앞을 지나면 행성계의 중력으로 인해 뒤에 있는 별빛이 휘어 밝아 보이는 현상이다.
앞에서 지나는 것이 단독의 별이 아니라 행성계일 경우 별빛이 두 번 밝아지는 사실을 이용하면 빛을 내지 않는 행성을 간접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과거에는 행성이 별을 돌면서 별빛의 파장이 붉은 색 또는 푸른 색으로 치우치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분광관측법을 활용했지만 관측거리가 수백 광년 정도로 제한되고, 큰 행성만 관측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중력렌즈현상을 이용하면 1만5,000광년 떨어진 행성계까지도 관측이 가능하다.
이 지구 사냥꾼들이 노리는 지역이 은하 중심부다. 중력렌즈현상을 관측할 가능성은 100만분의 1, 즉 100만 개의 별을 관측하면 그 중 하나에서 볼 수 있다. 그만큼 확률이 낮아 너도 나도 별이 밀집한 은하 중심부를 주된 사냥터로 삼는다.
이번 논문에 69명이나 되는 저자가 이름을 올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번 중력렌즈현상이 일어나면 별빛의 밝기가 변하는 기간은 약 한 달, 그리고 나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이벤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은하의 중심부를 볼 수 없는 자리다. 남반구나, 북반구라도 적도에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마이크로 펀팀은 미국 애리조나 레몬산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지름 1m짜리 무인 망원경과, 칠레 안데스산맥에 있는 한·미 공동 망원경을 주로 활용했다.
또한 특징적인 것은 뉴질랜드의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2대 망원경을 공백을 메운 사실이다. 한 교수는 “전문가 못지않게 관측에 능하고 별 보기를 사랑하는 이들이 우리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 별을 관측, 데이터를 제공해 논문 저자에도 포함됐다.
우리 입장에서는 부족한 망원경을 그들에게서 보상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펀팀의 관측데이터는 행성의 질량과 거리 등을 계산하는 데에 결정적인 데이터로 인정 받았다.
한 교수는 아프리카와 칠레에 지름 2m의 광시야 망원경 2대를 추가로 확보, 24시간 관측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구성되면 외계 행성계 발견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금까지 10여년간 240여 개의 외계 행성계가 발견됐고, 2004년부터 중력렌즈현상을 이용한 관측이 시작돼 정착됐습니다. 한단계 높은 네트워크가 구성되면 수십, 수백개가 아니라 1,000개쯤 되는 외계 행성계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분야는 우리가 쥐고 있습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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