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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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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다"

입력
2008.02.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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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제 이명박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워크숍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언뜻 외부초빙 인사가 새 정부 핵심의 독선과 오만을 경계한 충고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의 지적 스승, 멘토(mentor)로 알려진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의 발언이라니 자못 놀랍다.

새 정부의 이론가, 전략가의 발언에 어떤 의도가 담겼는지 헤아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세계사에 유례없이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미진하거나 지나쳤고,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는 기간이었다"고 규정한 것을 그저 파격적 수사로 들을 수 없다.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창조적 실용주의, 국민을 편안하게 잘 살게 하는 국정목표를 강조했다니 더욱 그렇다.

■ '이명박 이론 스승'의 열린 역사 인식

나는 그의 발언을 오랫동안 우리 정치와 사회를 얽어 맨 편협한 역사 인식과 적대적 대치를 넘어서겠다는 다짐으로 듣고 싶다. 특히 곧 퇴장할 집권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소임을 감당해야 할 차기 정부 핵심의 성찰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반긴다. 그게 아니라면, 그를 정권의 이데올로그로 여기거나 스스로 자임할 게 못 된다.

자칫 편든다고 할 수 있으니, 미국 이야기로 풀어가자. 진보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와 후버 연구소는 3년 전부터 'Red and Blue Nation' 프로젝트라는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붉은 코끼리로 상징되는 공화당과 푸른 당나귀 민주당, 이들을 지지하는 사회세력과 여론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치사회적 양극화를 완화, 큰 틀의 사회적 컨센서스를 모색하기 위한 연구다. 미국 안팎의 학자와 언론인들이 세미나와 토론을 거듭, 이를 논문으로 묶어내고 있다.

연구의 화두는 정치와 여론의 양극화가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정부와 정치의 구현을 위협한다는 우려다. 정파성에 치우친 논쟁이 의회를 비롯한 공적 논의를 타락시키고, 사법부와 언론 등 다른 공적 제도의 정당성과 순수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과 원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통찰, 건강한 공적 토론에 긴요한 각성과 교훈을 얻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방대한 연구를 간추려 소개하기 어렵다. 그러나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을 기대에 부푼 민주당과 지지세력은 사회적 컨센서스를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는 조언은 우리 차기 집권세력에도 적실한 충고가 될 듯 하다.

영국의 정책학 전문가 클리브 크룩 등은 부시와 신보수주의 세력은 미국 현대정치에서 가장 정파적이고 분열적인 정치로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민주당 지지세력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며, 초당파적 타협을 혐오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야만적 정파성을 스스로 닮는 것이며, 반대와 비판에 귀와 마음을 닫아 지적 영민함을 잃고 실패한 정권의 잘못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 객관적 전문가들은 대립과 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새로이 분노와 불신을 조장, 정치적으로 지혜롭지 못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부시처럼 반대세력을 사악한 적으로 인식하는 자세를 버리고, 지지기반을 넓히는 것이 모든 정권이 꿈꾸는 '위대한 변화'를 이루는 지혜라고 조언하고 있다.

■ 지식인들의 양극화 조장 반성해야

이명박 정부 이론가의 발언에 곧장 미국 지식인 사회의 성찰적 지혜를 떠올린 것을 비웃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을 포함한 우리 사회 지식인 집단이 보수와 진보를 가림 없이 권력의 부침을 자신의 명운과 동일시하는 해괴한 언행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새 정권의 실세 이데올로그가 열린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지난 10년을 평가하는 지적 용기를 보인 것은 실로 갸륵하다.

미국의 '붉은 나라, 푸른 나라' 연구가 언론과 지식사회가 정치세력의 극단적 견해를 추종, 전파해 사회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함께 음미할 필요가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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