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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덩샤오핑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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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덩샤오핑 평전

입력
2008.02.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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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양 / 황금가지"연한 혀가 튼튼한 이보다 오래 간다"

1997년 2월 19일 중국의 정치가 덩샤오핑(鄧小平)이 사망했다. 93세였다. 1994년 초 한달여 ‘중국 리포트’ 취재를 갔을 때의 일이다. 아침마다 숙소로 배달되는 인민일보의 1면 헤드라인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혹시 밤 사이 덩샤오핑의 부고가 전해지지 않았나 해서였다. 150cm 단구인 구십 노인의 생사에 그렇게 세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었다. 20세기 중국 현대사와 온전히 겹치는 삶을 살다 간, 이름처럼 ‘작고 평범한 덩씨’가 설계한 개혁개방의 밑그림에 따라 21세기의 중국과 세계도 움직이고 있다.

<덩샤오핑 평전> 은 중국 출신으로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벤저민 양이 1997년 덩샤오핑이 사망하던 해 출간한 전기다. 출생부터 사망까지 전 생애를 중국 공산주의의 태동과 항일투쟁, 장정, 공산정권의 수립, 문화혁명, 톈안먼 사태 등과 함께 서술하고 있는 저자가 특히 초점을 맞춘 부분은 덩샤오핑의 탁월한 정치감각이다.

마오쩌둥 등 중국 현대사의 인물들은 물론 덩샤오핑을 큰형님이라 부르며 따랐던 북한의 김일성까지, 여러 지도자들과의 관계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먹을 것을 가진 자가 결국 모든 것을 가진 자이다.”(중일전쟁 당시).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무슨 상관인가. 쥐를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대약진운동 실패 후 1962년). 톈안먼 사태 때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통화를 거절했던 덩샤오핑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어떻게 반응하든 상관없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 여전히 국가를 통제할 수만 있다면, 그들은 내게 돌아오게 마련이니까.”

저자는 이제 중국의 ‘총체적 지혜’가 된 덩샤오핑주의를 간단히 정의한다면 곧 “단호하게 대처하고, 재주껏 이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덩이 검은 고양이였는지 흰 고양이였는지 아니면 얼룩고양이였는지 너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바로 덩이 고양이였으며, 쥐뿐 아니라 괴물도 몇 마리 잡은 고양이였다는 사실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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