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했던 ‘아줌마 신입생’이 4년 학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영예의 학사모를 쓰게 됐다.
2003년 이대가 금혼 학칙을 폐지한 이후 ‘기혼 입학생 졸업자 1호’가 된 주인공은 2004년 이대 초등교육과에 입학한 기성화(32)씨로 25일 졸업장을 받는 기씨는 벌써 여섯 살이 된 딸아이를 둔 어엿한 엄마다.
1998년 대학을 졸업한 뒤 공기업에서 장애인 치료교육 일을 하던 기씨는 가슴 속에 내내 품어 왔던 교사의 꿈을 잊지 못해 2002년 말 남편과 상의, 다시 대입 수험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난관의 연속이었다. 10여 년 만에 다시 손에 잡은 교과서는 생소한 내용 투성이였고, 성적도 좀체 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대학수학능력시험 6개월 전인 2003년 5월엔 딸을 출산했다.
기씨는 “당시 안정적 직장을 버리고 왜 힘든 길을 택하냐는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며 “하고 싶은 것 하라고 북돋워 준 남편 덕에 용기를 얻었다”고 회상했다.
학과 공부는 입시 공부보다 더욱 힘들었다.
“인터넷 토론을 위주로 한 수업 방식도 낯설었고, ‘동생 뻘’ 학생들의 엄청난 리포트 분량을 보면 기가 죽기도 했어요.”
기씨를 지탱해 준 것은 교사가 되겠다는 꿈이었다. 이번 임용고사에서는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교사는 참 보람된 직업이니 힘들어도 끝까지 도전해 보라”고 말씀하신 신입생 당시 지도교수님의 말씀에 용기를 잃지 않았다. 그는“빨리 교사가 돼 학교에서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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