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절에서 기막힌 수캐를 만난 적이 있다. 수캐가 나를 보더니 눈깔을 빛냈다. 아주 크고 잘 생긴 개였다. 절밥을 먹는 개이니 짐승이라도 성불이 깃들어 있으려니 하고 별로 겁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단 둘이 있게 됐을 때, 개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몹시 가까운 거리였고, 당황해서 얼어붙었다. 개의 두 앞발이 내 양 어깨로 올라왔다. 개의 선 키는 나랑 거의 비슷했다.
물려 죽었구나, 했는데, 아니 이럴 수가, 개는 허리를 마구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이것이 나를 암캐로 알았나 보다. 수캐가 만족할 때까지 나는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사람이 수캐와 다른 것은 참고 가릴 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도 수캐 같은 자들이 있다. 이를테면 여학생 제자 선수들을 낮에는 교육이란 기치 아래 체벌하고, 밤에는 갖은 성폭행을 가한 몇몇 지도자들.
미국인들은 남자는 언제나 수캐로 돌변할 수가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남자코치와 미성년자 여선수가 단 둘이 있는 일을 아예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니. 영어만 배울 게 아니라, 그런 제도도 배워야할 것 같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로는 우발사고들을 확실히 막아낼 수가 없다. 남자들은 항상 경계하자.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있는 수캐가 깨어나지 않도록.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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