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개월(16일)을 맞는 니콜라 사르코지(53)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진행형’이다. ‘프랑스병’을 치유할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사생활에 대한 추문이 잇따르면서 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것은 부정적이다.
취임 직후 67%였던 사르코지의 지지율은 이 때문에 이달 들어 39%로 주저앉았다. 취임 후 유권자의 첫 심판이 될 다음달 지방선거는 사르코지 정부가 개혁의 추진력을 복원할 수 있는가를 가늠할 척도란 점에서 주목된다.
■ 경기침체와 선거로 국내 개혁은 '흐림'
블룸버그 통신이 13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예스’라고 말할 사람은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밖에 없다”고 꼬집은 것은 그에 대한 여론의 풍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사르코지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거의 예외 없이 경기 침체를 꼽는다.
지난해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유럽연합(EU)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무역적자와 인플레가 높아지면서 구매력 및 경제성장 강화라는 사르코지의 공약은 무색해졌다. 사르코지 정부는 일요일 영업금지 및 주35시간 근무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실질소득 증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
전방위 개혁으로 반대 세력을 양산한 것도 사르코지의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11월 공기업 연금개혁 등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발생한 이후 시위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연료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어민들의 시위에 이어 택시면허 자율화에 반대하는 택시 운전사들과 금연 조치에 반발하는 담배 소매상까지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강경하게 대처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택시 운전사에게 면허 자율화 조치 백지화, 어민들에게 3억1,000만유로의 보조금, 공기업 근로자들에게 연금개혁 대신 임금과 퇴직금 인상을 약속했다.
프랑스 은행인 나티시스는 “사르코지의 개혁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서였다”며 “(재정 부족으로)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핵 세일즈로 외교 활동은 '맑음'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주 브라질 순방 중 “프랑스 전투기와 핵 잠수함 제조 기술을 브라질에 이전한다”고 밝혔다. 사르코지식 ‘실용 외교’의 남미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이라크전 등으로 냉각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8월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개인별장 근처에서 휴가를 보내며 ‘햄버거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EU 정상회담에서 유럽헌법 합의안을 미니조약으로 도출하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을 포괄하는 지중해연합 창설을 주창하는 등 외교에서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외교 행보는 ‘핵 세일즈’에서 특색이 드러난다.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한다면 이란, 리비아 등 적성국에도 이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사르코지 실용주의의 상징이다.
사르코지는 모로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과 핵 판매를 논의했고 UAE와는 호르무즈 해협에 프랑스군 영구기지 설치를 합의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프랑스 외교가 중동으로 전략적 이동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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