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의 정책ㆍ규제 기능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출범 전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대통령직속기구화 및 위원 선임 방식을 둘러싼 독립성 문제와 통합 부처 간 직제문제 등 곳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돼 방통위의 설립 근거가 마련되더라도 한동안 업무 마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방송위원회 노조는 행정자치부가 제시한 방통위 직제개편안에 반발해 13일과 14일 이틀간 한시적 파업을 단행했다. 행자부는 방통위의 조직을 ‘1실 1본부 3국 6관 34과’로 하는 안을 인수위에 보고하면서, 기존 민간인 신분이던 방송위 직원들을 방통위가 특별채용 형식으로 채용하되 현재보다 2직급 하향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태선 방송위 노조위원장은 “산업적 논리로 통신 정책을 만들고 규제하던 사람들이 방송위 직원보다 직급이 높아지게 된다”며 “방송 정책과 규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에 대한 접근보다 산업적 논의가 앞서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위 노조는 직급 유지는 물론 직무독립성을 위해 특정직 공무원으로의 신분 전환을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언론노조와 연대해 전면파업까지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직속기구화와 위원의 선임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방통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고 5명의 상임위원 중 대통령이 2명, 교섭단체의 협의를 거쳐 국회의장이 3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최대 4명의 위원을 지명할 수 있어 방송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언론노조, 문화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ㆍ시민단체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차기정권은 방송통신 융합을 빌미로, 방송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방통위를 무소속 독립기관으로 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중심이 되어 위원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준용한 이상, 야당 추천 몫으로 2명의 위원을 두도록 하거나 특정 정당이 3명을 초과할 수 없도록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통합민주당은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대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위원 구성 문제 등 핵심적 내용에 대해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과 통신, 방송위와 정통부의 기계적 결합으로만 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라며 “방송과 통신이라는 전송 수단의 융합부터 콘텐츠 영역의 통합까지 미디어 전반을 아우르는 틀에서 여야 및 부처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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