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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빌러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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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빌러비드

입력
2008.02.1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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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이 1931년 2월 18일 태어났다. 클린턴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고 불렀는가하면 최근 오바마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관심을 모은 그는,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1993년)을 받은 작가다.

그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미국 흑인들을 위한 살풀이다. 그의 소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재즈> (1992년)가 그렇듯 <빌러비드> (1987년)도 흑인의 역사와 관련된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이다.

<재즈> 가 1920년대 뉴욕 할렘의 흑인들에 대한 서사라면, <빌러비드> 는 남북전쟁 직후의 흑인들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심장 박동 소리'를 막 깨닫던 시절의 이야기다.

<빌러비드> 는 1856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 마가렛 가아너라는 흑인 여자 노예가 탈출했다가 노예사냥꾼에게 붙들릴 위기에 처하자 두 살도 채 안됐던 딸을 노예로 만드느니 목을 베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빌러비드(beloved)' 즉 '사랑하는 내 아기'라고만 묘비명에 새겨진 이 아이의 원혼을 등장시켜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의 참혹한 역사를 복원한다.

‘쇠재갈을 입에 물고 있던 자신을 바라보는 수탉의 비웃는 듯한 시선'을 느껴야 했던 흑인들, 모리슨은 이 소설을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노예선에서 그리고 미국에 끌려와서 죽은 '6,000만명 혹은 그 이상'의 흑인들에게 바치고 있다.

모리슨은 상처를 근원까지 '재기억'함으로써만, 그리고 그 기억을 이야기함으로써만 치유와 사랑과 용서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의 모든 소설을 그래서 재기억의 과정이고 한 바탕 굿판이다.

<빌러비드> 를 읽다보면 한국전쟁 중 이념과 종교 갈등에서 빚어진 처참한 살륙으로 죽어간 원혼들을 위무한 한국 작가 황석영의 소설 <손님> 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런 것이 본격 문학의 힘이다. 역사와 서사, 기억과 현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인생과 역사가 맞물리며 운명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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