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5일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파견한다고 발표한 대표단 중 미 육우목축협회 앤디 그로세타 회장 당선인이 포함돼 있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시장 개방 압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 백악관은 15일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을 이 대통령 취임 경축 특사로 파견키로 했다면서 경축 특사단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와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윌리엄 로데스 한미재계회의 미국측 회장, 한국계 프로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 등과 함께 그로세타 회장 당선인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조기 비준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경축 특사단에까지 관련 인사를 포함시킨 것은 지나친 압박이자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로세타 회장 당선인은 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전후해 한국의 정ㆍ관계 인사들을 만나 쇠고기 수입시장 개방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경축 특사단의 명단을 입수, 미측에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면서 “그로세타 회장 당선인이 취임식후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쇠고기 수입 문제를 거론할 기회는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사단에 커틀러 USTR 대표보가 포함된 것은 한미 FTA 조기 이행을 위한 실무 협의 차원의 배려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그러나 “최근 미국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이명박 당선인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분위기가 좋다고 한국이 미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경축 특사인 라이스 장관은 23일 미국을 출발, 25일 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26일 중국 베이징과 27일 일본 도쿄를 순방하고 28일 귀국한다. 미 국무부는 방한 기간에 북 핵 6자회담 진전 방안과 한미 FTA 이행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나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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