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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가 껑충… 주부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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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가 껑충… 주부들 뿔났다

입력
2008.02.1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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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에 사는 주부 서모(37)씨는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당황했다. 평소 자주구입해 온 식품 가격이 50% 가까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설 직전 3,700원에 판매되던 1.8ℓ짜리 식용유는 용량이 1.7ℓ로 줄었는데도 4,750원으로 올랐고, 3,900원이던 슬라이스 치즈는 5,000원으로, 4인분 가쓰오우동은 4,980원에서 6,100원으로 뛰었다. 서씨는 “장바구니 물가가 20~30%씩 뛰니 장보러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 밀가루 원유 등 원자재 상승 여파로 아이들 간식부터 식품, 학원비, 심지어 집세까지 체감 물가가 두자릿수로 급등, 주부들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있다.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주부들은 “앞으로 생활물가 상승에 가속이 붙을 텐데, 올라봤자 한자릿수 인상에 불과한 남편 봉급으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며 아우성이다.

16일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쇼핑하러 나온 이모(42ㆍ서대문구 연희동)씨는 점심을 먹으러 푸드코트로 향했다가 발길을 돌렸다. 설 연휴 직전 4,000원이던 타코야키가 일주일만에 5,000원으로 25%나 인상되는 등 푸드코트 음식 대부분이 1,000~2,000원씩 올랐다. 그는 “재료비가 올라 어쩔 수 없다지만,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리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모(36ㆍ서울 석촌동)씨도 올들어 가계부 쓰기를 포기했다. 김씨는 “작년 이맘때 7만~8만원으로 네식구 먹을 일주일치 장을 봤는데, 이젠 10만원으로도 어림없다”며 “가격표엔 변화가 없어도 실제로 과자나 채소를 집어 들어보면 용량이 줄어서 종전 예산으론 장바구니 절반을 채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한 전세값도 김씨의 속을 태우고 있다. 김씨는 “66㎡(20평)안팎의 다세대주택도 전세가 2,000만원 올라 어쩔 수 없이 서울을 떠나 이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맞벌이로 일하는 최모(35ㆍ서울 구의동)씨도 “초등학생 두 딸의 학원비나 아파트 관리비 등 생활비 지출은 20% 이상 늘었는데 올해도 변함없는 월급명세서를 보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영어학원은 35만원에서 39만원으로, 태권도학원은 10만원에서 11만원으로 오른 것. 학원들은 해가 바뀌면서 차량운행비 상승을 이유로 수강료를 일방적으로 올려버렸다. “교육비나 아파트 관리비는 더 이상 지출을 줄이기도 어렵다”며 “열심히 일해도 통장 잔액은 마이너스를 벗어나기 어렵고 살림은 팍팍하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1,000원짜리 토스트, 김밥, 찐빵 등까지도 줄줄이 가격이 인상돼 직장인들의 지갑도 얄팍해지고 있다.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앞 간이매점은 4년째 1,000원에 팔던 토스트 가격을 1,300원으로 무려 30%나 올랐다. 1,000원 김밥 돌풍을 일으킨 분식체인 김밥천국도 서울지역부터 500원씩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원 공모(32)씨는 “점심 때 부담없이 찾는 국밥이나 자장면 같은 메뉴도 가격이 올라 물가상승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새 정부가 서민들의 생활 물가안정에도 힘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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