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씨가 나를 잘 아는 것 같아도 잘 모른다. 오히려 김중수(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씨는 더 정확히 알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6일‘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 워크숍’에서 새 정부 경제팀 진용을 거론해 그 의미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의외의 평가다. 따라서 이날 이 당선인의 발언 내용 전체에 비춰볼 때‘창조적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다 나온 비유로 볼 수 있다. “나는 늘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차원에서 자신을 오랫동안 알아온 이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를 대비시킨 셈이다.
일각에선 새 경제팀 운용에 대한 이 당선인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팀 진용의 역학구도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평가를 의식, 은연 중에‘견제와 균형’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사실상 내정된 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전 재정경제원 차관)는 이 당선인의 주요 경제 공약을 직접 설계한 인물. 기획재정부 역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통합으로 덩치가 커진 데다 모든 부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예산권까지 틀어쥐었다. 막강 부처에 실세 장관이 오는 셈이다. 반면 학자 출신의 김중수 한림대 총장은 이 당선인과 인연이 없다. 이 때문에 김 총장이 자칫 실권 없는 경제수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 총장의 청와대 경제수석 기용이 강 전 차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일 뿐이라는 해설도 나왔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다만 “그렇다고 해도 말 그대로 이 당선인이 강 전 차관보다 김 총장을 더 신뢰한다고 볼 수는 없지 않겠냐”며 “이제 막 시작하는 상황인 만큼 전반적으로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이날 언급은 이 같은 세간의 분석에 대한 반박과 함께 경제팀 진용의 어느 한 쪽으로 과도한 힘이 쏠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이례적인 언급은 경제관료들이 집단적 이기주의와 관우위의 관행에 빠져 기업과 금융회사 등에 대해 군림하는 자세를 계속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부하기위한 것으로도 보일 수 있다.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을 통한 투자확대, 일자리창출을 위해선 경제관료들이 부단히 창조적 마인드와 개방적 자세를 갖고 시장참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이 당선인은 두바이 관료들이 창조적 개혁ㆍ개방 마인드를 통해 두바이를‘중동의 뉴욕’으로 탈바꿈시킨 점을 높이 평가해왔는데, 새 경제팀에 대한 언급도 이를 당부하기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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