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가 돌아왔다.
아니카 소렌스탐(38ㆍ스웨덴)이 18번홀 그린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이어 캐디와 감격의 포옹을 한 소렌스탐은 자신의 골프 볼에도 의미 있는 키스를 했다.
1년5개월만의 우승이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인 통산 70승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기에 ‘골프여제’의 감격은 더했다. 소렌스탐은 17일(한국시간) 하와이주 터틀베이골프장(파72.6,582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했다. 소렌스탐은 공동 2위인 재미동포 제인 박과 로라 디아즈(미국), 루시 쿨리아나미타(태국ㆍ이상 8언더파)를 2타차로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우승상금 16만5,000달러.
2006년 9월 끝난 스테이트팜클래식 우승이후 1년5개월만의 우승이다. 무엇보다 LPGA투어 69승을 거두며 70승 고지에 단 1승을 남겨놓고 긴 시간 아홉 수에 시달렸던 소렌스탐이 마침내 통산 70승 고지에 우뚝 섰다. 94년 LPGA투어 데뷔이후 14시즌 만에 이룬 쾌거다. 케이시 위트어스(88승), 미키 라이트(82승)에 이어 LPGA투어 다승 부문 3위, 현역 선수 중에는 유일한 ‘70승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PGA투어 통산 64승을 기록중이다.
우승 직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소렌스탐은 “지난 시즌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주위 사람들이 언제 70승을 달성하냐고 물을 때 마다 곤혹스러웠는데 정말 기쁘다”며 “어깨 부상도 완쾌됐고 올해 느낌이 좋다.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소렌스탐은 지난해 목 디스크로 고생하면서 무승 악연에 시달렸고, ‘골프여제’의 자리를 로레나 오초아에 내주며 ‘아니카 시대’가 갔다는 주위의 혹독한 평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올시즌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오초아와의 라이벌 구도를 예고했다.
소렌스탐은 2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중간합계 7언더파)로 뛰어 오른 뒤 최종일에도 10번홀까지 2타를 줄여 2타차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우승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소렌스탐이 11번홀(파4) 보기를 범하면서 15번홀까지는 제인 박, 지난해 일본의 상금왕 우에다 모모코 3명이 8언더파로 공동 선두 그룹을 형성, 연장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관록의 소렌스탐은 16, 17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면서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한국 선수들은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올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막판까지 우승경쟁을 펼친 제인 박은 8언더파로 공동 2위, 지난해 LPGA투어 신인왕 안젤라 박은 공동 5위(7언더파)에 올랐다.
호놀룰루=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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