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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발 늦은 자원외교, 급할수록 차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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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발 늦은 자원외교, 급할수록 차분하게

입력
2008.02.1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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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가 자원외교 강화를 위해 아프리카 등지의 재외공관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올들어 석유 석탄 천연가스 광물 등 에너지 자원 확보에 쏟는 세계 각국의 관심과 마찰을 보면 그 뜻이 이해된다.

재계도 자원이 풍부한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정부와 공동으로 인프라 구축ㆍ신도시 개발 등이 연계된 ‘패키지’ 방식의 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자원빈국의 멍에를 벗지 못한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외교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자원 및 에너지 부국인데도 공관이 없는 아프리카의 카메룬과 콩고,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중남미의 볼리비아 등 18개국에 올해 중 대사급 공관을 신설하고, 해외근무 인력도 에너지 외교 중심으로 재배치된다.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가 엊그제 새 정부 워크숍에서 ‘자원외교의 발상 전환’을 강조하며 “우리의 개발경험과 인적ㆍ물적 자원을 활용해 자원 보유국과 호혜적인 자원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주목된다.

최근 석유공사 등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 지역에서 10억 배럴대의 유전 개발과 10조 원대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묶은 패키지 사업을 벌이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앞서 또 다른 석유공사 컨소시엄은 미국회사로부터 멕시코만 유전을, 영국회사로부터 콩고 유전 일부를 사들여 관심을 모았다. 연간 900억 달러대의 에너지를 수입하면서도 에너지 자주개발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이런 노력들은 자원안보의 소중한 씨앗이 될 것이다.

유념할 점은 자원외교를 강화한다고 앞뒤 재지 않고 물량공세를 퍼붓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합리적 기준과 치밀한 전략도 없이 과시 혹은 실적 쌓기용으로 공관과 인원을 마구 늘리거나 개발계약을 서두르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얼마 전 이라크 정부가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유전개발 계약을 맺은 SK에너지에 대해 원유수출 중단 조치를 취한 것도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자원외교의 국제정치적 맥락을 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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