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특검팀의 17일 이명박 당선인 방문조사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특검팀과 이 당선인측은 조사 사실을 막판까지 숨기기 위해 하루종일 동분서주했다.
이 당선인 조사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오후 3시께. 일부 언론에 “특검팀이 이 당선인을 모 호텔에서 조사중”이라는 보도가 난 것이 시발점이었다. 보도의 진위 여부를 묻는 질문이 쇄도했으나 특검팀은 철저한 연막작전을 펼쳤다.
김학근 특검보는 “방문조사, 서면조사, 소환조사 등 어떤 형태의 조사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측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 당선인은 통의동 집무실에 있으며 오후4시에 인수위 간사단과 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호텔에서 특검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늦게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 당선인과 만나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정치권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오후 9시30분에도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라며 발뺌을 계속했다.
특검팀은 이날 밤 10시가 돼서야 “제3의 장소인 서울시내 모처에서 이 당선인을 조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김 특검보는 그러나 장소나 조사시각 등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조사장소가 A호텔이냐는 질문에 그는 “호텔은 아니다. 그렇다고 당선자 사무실도 아니다”고만 말했다.
특검팀이 조사사실을 밝힌 것은 이미 조사가 끝난 뒤였고 이 때문에 이 당선인의 조사 모습은 언론에 공개되지 못했다. 김 특검보는 이 당선인 조사를 비밀에 부친 이유에 “특검팀의 판단이었다”고 짧게 해명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의 태도가 석연치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변보호 필요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 당선인 스스로가 “특검팀에서 요청하면 언제라도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특검팀이 지나친 눈치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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