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줄다리기가 끝이 없다. 한 발씩 물러나 타협하나 싶더니, 작은 불씨로 신경전을 빚어 이제는 마치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원수처럼 한 치도 물러날 태세가 아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 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합동 워크숍에서 현재의 교착상태가 ‘여소야대’에 따른 불가피한 현실이며, 4월 총선에서 국민 심판을 통해서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그는 “누구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거나 “이런 과정을 거쳐 야당도 변화한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민주당이 “시대와 국민의 요청인 작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거부,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발목부터 잡다가는”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강한 경고와 저주가 담겼다.
민주당도 이에 지지 않았다. 같은 날 부산을 방문한 손학규 대표는 ‘해양수산 전문가’ 간담회에서 “최대한 양보하고 합의해 주었지만 해양수산부 문제는 다르다”며 “해수부는 꼭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17일 합당선언문에서도 “출범도 하기 전에 오만과 독선으로 민심에 역주행하는 이명박 정부를 바른 길로 안내하겠다”고 완강한 대치 자세를 다짐했다.
새 정부의 워크숍에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불참하고, 손 대표가 ‘해수부 폐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 참석을 자제하는 등 양쪽 다 협상 여지를 남기기는 했다. 그러나 양쪽 최고지도자의 가시 돋친 말로 보아 극적 타협에 성공해도 감정의 앙금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판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총선 이후 정부조직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양쪽은 4년 전의 ‘탄핵 역풍’을 일깨우는 ‘4월 총선 심판론’이나 ‘새 정부 출범 모양새’를 무기로 맞서고 있지만 결코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없다. 하루 이틀이 더 지나면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아무리 서둘러도 25일의 대통령 취임식은 일그러지게 돼 있고, 대선 이후 국민의 인식도 적잖이 바뀌고 있어 ‘심판’의 힘만 믿기도 어렵다.
정말 막바지다. 더 이상 타협을 머뭇거릴 여유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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