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진 파키스탄의 미래를 가늠할 총선이 18일 실시된다. 압승이 예상되는 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등 야당들이 총선 승리 후 연정을 구성할 경우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가능해 결과가 주목된다.
당초 지난해 11월 의회 해산 전에 실시될 예정이었던 이번 총선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여파로 두 차례 연기됐다. 총선 결과는 20일께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끄는 PPP가 30~50%의 지지율로 제1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어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PML-N이 2위를 차지하고 무샤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Q)는 10% 조금 넘는 지지를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야당인 PPP와 PML-N의 압도적 강세는 부토 전 총리 암살에 따른 동정 여론과 함께 반 무샤라프 정서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여당 후보들마저 선거운동 과정에서 ‘무샤라프’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꺼릴 정도로 반 무샤라프 정서가 팽배해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양당은 총선에 승리할 경우 연립정부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지난해 말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하며 대통령직을 유지한 무샤라프에 대한 탄핵도 가능하다. 샤리프 전 총리는 자신을 쫓아 낸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하다.
PPP의 중앙집행위원인 바바르 아완은 15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샤라프 축출은 파키스탄을 민주주의 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경우 무샤라프를 대 테러전의 파트너로 삼고 파키스탄 핵무기의 통제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미국의 고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PPP는 이번 총선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약속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진다면 무샤라프 대통령을 인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선거를 이틀 앞두고 정부가 조직적으로 선거 조작을 획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말리크 카윰 법무장관이 “대규모 선거조작을 실시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를 공개했다. 따라서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 결과와 판이하게 다를 경우 야당 지지자들이 선거결과 조작 등을 주장하며 대규모 반정부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치안을 명분으로 전국에 8만1,000명의 정규군과 보안군을 배치했다. 또 투표소를 ‘민감’, ‘최대 민감’ 등 지역으로 구분해 경계를 강화했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7일에도 아프간 국경지대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수십명이 숨지고 100명에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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