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침체됐던 대기업들의 투자에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친기업 환경 조성과 과감한 규제 개혁을 천명한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계기로 재계가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600대기업의 2008년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11조3,000억원(14.0%) 증가한 92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600대기업의 투자실적은 제조업이 0.2% 감소하고 비제조업이 13%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5.1% 늘어난 81조1,000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로써 투자증가율은 2005년 이래 3년째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해 투자증가율이 플러스로 반전한 것은 대기업의 불공정 경쟁 규제에 신경을 써온 참여정부와는 달리, 경제살리기와 친(親)시장 경제정책을 강조하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600대기업의 투자증가율은 연초 전경련이 발표한 30대그룹의 투자증가율(19.1%)에 비해서는 낮았다. 당시 전경련은 30대그룹의 올해 투자규모가 지난해보다 14조4,000억원 증가한 89조9,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전경련은 1월의 30대그룹 조사 당시에 비해 이번에는 투자증가율이 낮은 공기업과 중견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포함돼 투자증가율이 4%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산에 따른 미국발 세계 경기침체와 고유가, 원자재 대란으로 경영여건이 불투명해진 것도 투자증가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30대그룹의 올해 투자증가율이 성장률 및 소비증가율, 수출 전망치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투자를 주도하고, 경제성장도 견인할 것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투자증가율이 15.1%로 높아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투자 분위기를 이끌 전망이다. 특히 전기전자ㆍ컴퓨터 부문이 증가세(20%)로 돌아서고, 조선, 화학은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섬유ㆍ의복ㆍ신발은 내수회복 지연으로 전년보다 29.7%, 정유는 설비고도화 투자의 마무리로 전년보다 10%가량 투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증가율이 플러스로 반전된 업종은 전기전자ㆍ컴퓨터와 종이ㆍ펄프ㆍ인쇄, 목재ㆍ가구, 자동차 등이다. 비제조업의 경우 건설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도ㆍ소매 및 숙박, 운수 등의 호조에 힘입어 전년보다 12.6%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들은 투자확대의 이유로 신제품 생산과 기술개발 강화(38.1%)를 가장 많이 제시했다. 이어 노후화 시설의 개선(27.5%), 내수와 수출 증가(16.0%) 등의 순이었다.
해외 투자증가율이 국내부문보다 높다는 점에서 일자리창출 등 파급 효과가 지난 수년간에 비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보기술(IT)부문 대기업들의 대형 투자가 많아 고용확대 등 파급효과가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통 제조업과 건설부문의 투자증가율이 높아 내수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경련은 분석하고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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