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주 팰러 앨토에 사는 주부 캐시 밀러(49)씨는 자녀의 점심 식재료를 고를 때 반드시 캘리포니아 산인지를 따진다. 해외나 다른 주에서 만든 식재료의 운송 과정에서 배기 가스 등으로 대기와 환경이 오염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녀는 자녀의 식사량을 꼼꼼히 점검해 점심 도시락을 남기지 않을 정도만 싸준다.
밀러씨는 요즘 미국에서 점점 많아지고 있는 에코 맘(Eco mom)의 전형이다.
에코 맘이란 가정, 학교 등 일상 주변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생태주의적인 삶을 추구하는 미국의 주부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에코 맘들이 그린앤클린맘(greenandcleanmon.blogspot.com), 에코칙(ecochick.com) 등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즘 미국의 신문 방송에는 에코 맘들이 딸의 목욕물을 다시 사용하거나, 세탁기에 반드시 생물 분해성 세제를 첨가하고, 히터를 켜지 않고 집에서 재킷을 입고 지내는 사례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에코 맘의 가장 큰 특징은 실천적인 성향이 강하고 지역 단위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 맘(Green mom)이 상호간에 연대를 맺기 보다는 개인 차원에 머무른 데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산 라파엘 지역에서 9,000명의 회원을 가진 에코 맘 단체인 ‘에코 맘 연대’(EcoMom Alliance)의 회원들은 회원의 집에서 번갈아가며 모임을 갖고 자녀가 다니는 학교측에 친환경 교재와 도구를 채택하도록 촉구하거나, 자녀를 학교에 데려갈 때 자동차 공회전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는 1970, 80년대 미국의 친환경 단체들이 환경 보호에 관련된 법이나 제도의 정비 등 거시적 접근에 주력했다가 시위와 논쟁만 불러 일으키고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교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의 릴리 던랩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이 훨씬 많다”면서 “특히 주부는 가구, 가전 제품 등 가정 용품을 구입할 때 결정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친환경 운동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코맘이 늘고 있는 이유를 에코맘의 내면적 성취감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에코맘 연대의 회원 킴벌리 다넥(38)씨는 “예전에는 집안에만 틀어 박히면서 무료함과 상실감을 젖는 때가 적지 않았다”면서 “에코맘의 친환경에 참가하면서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기여했다는 뿌듯함과 동년배 주부들과의 연대 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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