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이 새 정부 장관 내정자들을 국정 워크숍에 참석 시키려다 번복을 거듭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중대 사안인 정부조직법 협상과 정부 출범을 두고 이유야 어찌 됐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정무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은 이렇다. 정부조직 개편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15일 오후.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인수위 기자실을 찾아 “이 당선인이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내일 연다”고 발표했다.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조각(組閣) 명단을 발표하겠다는 것이고, 이 당선인인 협상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표명으로 여겨졌다. 통합민주당측은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주 대변인은 2시간여 뒤 다시 기자실을 찾아 “협상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16일 워크숍에는 장관 내정자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을 바꿨다. 야당 반발에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주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워크숍 2일차인 17일에는 내정자들이 참석할 확률이 높다”고 여지를 뒀다. 하루는 양보하지만 17일에는 조각 발표를 강행하겠다는 최후통첩으로 인식될 만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이 당선인측은 또 물러섰다. 주 대변인은 16일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면서 이번 워크숍에는 국무위원 예상자들은 참석 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측 관계자는 “국민에게 국정 수행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급박하다는 점을 알리면서도 협상 상대방에 대해서는 끝까지 참고한다는 배려한다는 점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며 “계획된 연출로 봐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은 반대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국민은 오히려 중요사안을 두고 이 당선인측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에 대해 대단히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여당에 대해서도 오히려 역효과가 났는데 계획된 연출이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이 당선인을 정무적으로 보좌해온 핵심 측근들이 4월 총선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무 보좌 기능에 이상이 생겨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 진용이 정치경험이 별로 없는 교수 위주로 짜여지다 보니 벌어진 일 같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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