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의 국회비준 문제가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해 국론분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다행히 양 정당의 지도자들은 한미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2월 국회에서의 비준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 9개월 협상에 70%는 마무리
유럽연합(EU)과의 FTA협상도 9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EU는 27개국의 연합으로 전체 경제규모나 무역 및 투자 교류에서 미국을 능가한다.
개방폭이 미국과의 FTA보다 더 커질 전망인데도 상대적으로 국민들의 관심은 낮다. EU의 농업부문이 미국보다 약한 데다 정치이념에 의한 반대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WTO(세계무역기구) 체제 하 다자주의의 최대 수혜국으로 지역주의를 외면해 왔지만, 1990년대 말 세계적인 지역협정 체결 추세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1998년에 지역주의 병행으로 통상정책을 변경한 후 2002년에는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우리나라를 FTA 허브국가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런 계획에 따라 칠레 싱가포르 등 몇 나라와 FTA를 발효시킨 후, 축적된 체결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ㆍ최강국인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였다. 그리고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와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 이미 6차례 협상을 진행하였다.
이달 초의 제6차 협상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무역구제, 경쟁정책, 분쟁해결, 투명성, 전자상거래 5개 분야가 사실상 타결되었으며, 우리나라의 농업 보호를 위한 농산물 세이프가드 제도를 도입하였다.
EU의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전체의 70% 정도가 타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30%의 미결 과제를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대 이슈인 자동차 기술표준과 상품 양허, 원산지가 남은 과제 중 핵심 요소들이다.
김한수 한국 수석대표도 상당한 성과를 인정하면서 "원산지/통관, 비관세장벽, 서비스/투자, 지리적 표시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완전히 합의된 문안이 도출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남은 30%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윗선에서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의 기본은 '주고 받기'이다.
한-EU FTA가 꼭 필요하다면 막판 절충과 그 이후의 '빅 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피해산업 분야의 반발이 심할 것이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과 소신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 중 타결된다면 미국과 달리 개별 국가의 의회가 아닌 유럽의회와 한국국회의 비준을 얻어 이르면 내년 발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화학 등에서는 경쟁관계가 되며, 전자 섬유 철강 등에서는 우리가 우위에 서고 법률 항공 환경 등 서비스산업에서는 EU가 비교우위를 갖게 될 것이므로 상호 수출이 증대될 것이다.
그 결과 경제성장의 효과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다. 농업이나 일부 서비스 분야에서는 피해가 예상되지만 이런 피해가 두려워 더 큰 국가적 이익창출 기회를 포기하거나 지연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 대 일ㆍ중 무역에도 좋은 효과
EU와의 FTA를 통해 상품수출 증대와 투자유치, 사회제도 선진화를 도모할 수 있고 대일 무역적자 감소를 위해 수입선을 전환하고, 점증하는 대 중국 수출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루마니아 불가리아도 2007년 EU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낮은 단계인 FTA도 체결할 수 없다면 어떻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겠는가, 묻고 싶다.
이종원 수원대 경영학부 교수ㆍ한국무역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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