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은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었다. 얻은 것은 유선시장, 잃은 것은 주파수 대역이다. 현재로선 득실계산이 쉽지 않지만, 꽤 많은 것을 잃게 됐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승인하면서, 조건을 붙였다. 기존에 사용하는 음성통화 주파수(800㎒)를 2011년에 경쟁업체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재분배해야 한다는 ‘강도높은 조건’을 붙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 SK텔레콤이 누려온 이른바 ‘011 프리미엄’은 사라지게 된다.
‘011 프리미엄’이란 그저 좋은 숫자가 아니다. 전파가 멀리 뻗어나가면서도 잘 휘어져 기지국을 많이 설치하지 않아도 통화가 잘 되는 바로 800㎒ 주파수의 장점인 것이다. 반면 KTF와 LG텔레콤은 주파수 도달거리가 짧고 직진성이 강한 1.8㎓ 주파수를 사용하다보니 상대적으로 SK텔레콤보다 기지국을 많이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이 같은 주파수 특성 때문에 ‘011은 잘 터지고 다른 번호는 그렇지 못하다’는 속설이 나오게 됐다.
800㎒ 주파수는 원래 SK텔레콤과 신세기이동통신(옛 017)이 나눠쓰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800㎒ 주파수를 독점하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에서 SK텔레콤의 주파수사용기한인 2011년 이후엔 황금주파수대인 800㎒ 대역을 다른 통신업체들도 쓰도록 조치해줄 것을 정보통신부에 요청했다. 정통부로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800㎒ 독점시대가 끝나게 되면 SK텔레콤은 주파수 효율성 등 우월적 지위를 잃게 된다. KTF나 LG텔레콤도 800㎒ 주파수를 같이 사용하면 SK텔레콤과 동일선상에서 대등한 품질경쟁이 가능해져, 오랜 ‘011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KTF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은 800㎒ 주파수를 핵심적 경쟁제한요소로 인식한 것”이라며 “향후 경쟁제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반겼다. LG텔레콤도 “공정위 심사결과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주파수 공간에 여유가 있는 지역(지방)에서는 경쟁업체들이 임대(로밍)를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없이 거절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지국부족으로 주파수 로밍을 끊임없이 요구해온 LG텔레콤으로선 당장 지방에서 800㎒ 사용이 가능해 통화품질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또 공정위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과 결합상품을 내놓을 경우 경쟁업체들에게도 같은 조건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은 결합상품을 구성할 때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휴대폰요금을 대폭 할인해서 결합상품을 구성할 경우, 경쟁업체들에게도 같은 조건으로 휴대폰요금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KT가 결합상품에 시내전화를 포함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SK텔레콤에게 공정위가 내건 인수조건은 상당히 가혹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실상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조건이라면 이용자에게 돌아갈 편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공정위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이동통신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SK텔레콤의 800㎒ 주파수독점과 독과점을 심화시킨 원죄가 있다”며 “이번에 보다 엄격한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그 때의 원죄를 조금이라도 씻으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향후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최종결정은 정통부에서 내려진다. 공정위 결정을 참고로 정통부는 20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승인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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