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위원장 김원웅)는 15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 처리에 앞서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공청회는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통외통위 소속 의원과 의원 1명당 보좌관 1명씩만 입장이 허용돼 ‘밀실공청회’ 논란과 함께 공청회가 요식절차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공청회에선 참석한 전문가들이 치열한 찬반대결을 펼쳤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 본부장은 “FTA는 참여정부에서 협상하고 체결한 사안인 만큼 비준발효까지 챙기는 게 책임정부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임기말 급하게 처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한미 FTA에 대해 불만을 표한 사실을 거론하며 “미국의 국익에 맞으면 시간허비 말고 비준하라”면서 “오바마 의원이 노동ㆍ환경 분야 등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는데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는 “쇠고기는 한미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찬성론자인 정인교 인하대교수는 “협상결과는 전체적으로 양국의 입장이 고루 반영되었고 양쪽 모두가 이익이 되는 쪽으로 타결됐다”면서 “누가 더 이익이냐고 한다면 한국이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수출주도적인 우리 경제구조에서 한미FTA는 필연적이고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정부가 낙관적 수치만 들이대며 체결 이후 장미빛 미래만 제시하고 있다”면서 “FTA가 실시되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통해 일부 산업은 사멸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서준섭 민주노동당 경제통상정책 연구원은 “지적재산권 강화인한 로열티 유출, 약값 상승, 사회보장분담금 증가, 무역조정 비용 등 서민주머니에서 12조원이 빠져 나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통외통위는 공청회의 파행을 우려해 경위권을 발동, 국회 경위들은 국회 본청 2층 공청회장으로 가는 길을 막고 출입을 통제했다.
이 과정에서 4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국회의원도 참석하지 못하는 공청회가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며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출입문 유리를 깨뜨려 부상을 당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통외통위는 결국 강의원의 방청을 허용했다. 산업자원위원회 소속인 무소속 임종인 의원도 공청회장을 들어가지 못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졸속 추진을 비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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