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긴 설 연휴를 보낸 탓인지 일상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한 주였다. 하지만 옛날 설 연휴는 이보다 더 길었다고도 할 수 있다.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의 15일간은 친지를 찾아 세배를 다니는 흥겨운 명절이었다.
대보름이 지나면 녹기 시작하는 땅에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했으니, 정월대보름은 긴긴 겨울 휴식의 끝맺음이었고, 새봄을 여는 출발점이었다. 일 년 중 가장 큰 달이 뜨는 정월대보름(21일)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가장 볼만하고, 우리 민속이 잘 살아있는 축제들을 소개한다.
삼척 정월대보름제
삼척에서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엑스포타운과 진주로 일대에서 제36회 삼척정월대보름제가 열린다. 기줄다리기, 술비놀이, 살대세우기 등 삼척의 독특한 민속놀이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펼쳐진다.
하이라이트는 기줄다리기. ‘기줄’은 ‘게줄’에서 유래된 말이다. 기둥이 되는 큰 줄에 작은 줄이 매달려 마치 게의 발처럼 보이는 데서 연유했다. 기줄놀이는 1662년 삼척부사로 있던 허목이 제방과 저수지를 축조하면서 가래질에 필요한 다량의 새끼줄을 만들 때 힘들이지 않고 마을 전체가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해안마을인 부내면과 산골마을인 말곡면 두 편으로 나누어 내기했는데, 이기는 쪽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기에 진 쪽에 삼척읍성 수리나 오십천 제방 수리의 고된 노역이 배당되었으므로 내기는 격렬하게 벌어졌다고 한다.
올해 기줄다리기에는 전국에서 100개팀(팀당 40명)이 참가한다. 22일 삼척지역 50개팀의 예선, 23일 외지팀의 예선이 치러지고, 24일 16강전의 본선이 진주로에서 열린다. 이 기줄을 만드는 과정의 놀이가 술비놀이로 축제 기간에 재현된다.
전야제가 열리는 19일에는 액을 방지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근덕면 광태리 주민들의 살대세우기가 오십천 둔치에서 재현된다. 23일 오십천 둔치에서는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려 망월놀이, 떼불놀이, 달집태우기 등으로 올 한 해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또 엑스포 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는 매년 입춘 때마다 농민들이 오곡을 파종하며 놀았던 조비농악과 경기민요, 판소리 적벽가, 서도소리, 가야금 병창 공연 등이 풍성하게 마련된다. 해신당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는 남근깎기 대회도 벌어진다. (033)570-3225
제주 정월대보름들불축제
제주의 정월대보름 축제는 산(오름) 하나를 몽땅 태워버리는 거대한 불꽃의 축제다.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열리는 2008 제주정월대보름들불축제다. 제주 정월대보름들불축제는 말과 소를 방목하던 선인들이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 구제를 위해 들불을 놓던 것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축제화한 것으로 1997년 처음 시작됐다.
첫째 날에는 풍년기원제에 이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마을 풍물놀이팀 31개팀 2,000여명이 참가하는 길트기 공연과 제주의 전통 윷놀이인 ‘넉둥베기’ 대회, 도민통합 줄다리기 등이 열린다. 읍 면 동 대표팀과 관광객들이 참가하는 달집만들기 경연대회와 소원 기원 횃불 대행진, 달집 태우기, 불꽃쇼 등도 이어진다.
둘째 날에는 어린이 태권도단의 태권무 공연과 초가지붕을 이을 때 쓰는 집줄놓기 경연, 몽골인들의 마상마예 공연, 극단 갯돌의 북춤 공연, 제주의 국내외 자매도시들의 축하공연이 마련된다.
축제 마지막날에도 각종 민속공연 및 경연이 펼쳐지며, 지름 7m의 대형 달집 태우기, 오름정상의 화산분출쇼, 오름 불놓기가 차례로 이어져 대단원을 장식한다. 축제장에는 세계 다문화 체험코너가 운영되고 감자 고구마 구워먹기 마당, 소원 기원 돌탑 쌓기, 사랑의 역마차 행사도 펼쳐진다. (064)728-2894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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