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북한에 설치한 표지석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250kg짜리 기념 표지석을 제작해 가져갔으나 북한측의 거부로 설치하지 못했다. 이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 18일 비밀리에 방북해 중앙식물원에 70kg짜리 표지석을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를 둘러싼 의혹이 일고있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언론에 밝힌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당초 가져간 표지석에는 두 정상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북측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식수를 하는 바람에 가져간 것을 설치하지 못하고 노 대통령 단독 명의의 표지석을 다시 만들어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특히 “북측과 사전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먼저 가져간 것에 대해 북측이 퇴짜를 놓아 다시 만들어갔다는 등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처음 가져갔던 표지석에도 김정일 위원장의 이름은 없고 노 대통령의 이름만 새겨진 것으로 15일 밝혀졌다. 이에 천 대변인은 이날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천 대변인은 “북측이 사전에 노 대통령 단독 명의로 하자고 의견을 전해와 그렇게 만들어 갖고 갔다”면서 “그러나 김영남 위원장이 대신 참석하면서 당일에는 두 정상의 공동식수에 대비해 가져간 표지석은 설치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고, 표지석이 너무 커서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그 후 남북간 후속 협의과정에서 표지석 문제를 다시 논의해 설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표지석 설치를 정상회담 이전에 협의했는데 단지 김영남 위원장이 대신 나왔다고 해서 당일에 설치하지 못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가져간 표지석을 작게 만드는데 70여일 이나 소요됐는지도 의혹이 남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돌의 크기가 협의대상이 아니었고, 남북관계의 여러 특수 사정상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둘러댔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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