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가칭)의 지역구 후보자 공천의 칼자루를 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비례대표 선정 권한까지 포괄적으로 위임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그러나 통합을 앞두고 당내에선 이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통합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박 위원장이 통합을 위한 당헌ㆍ당규 개정 과정에서 최고위원회가 공심위의 결정을 번복할 수 없도록 해줄 것과 비례대표 추천 권한을 공심위에 일임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공천혁명'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이 개정을 요구한 대목은 최고위원회에서 공심위의 결정을 인준받도록 한 규정과 공심위ㆍ비례대표선정위ㆍ비례대표순위확정위 등을 별도로 구성토록 한 규정 등이다.
박 위원장은 현행 당헌이 유지될 경우 공심위의 쇄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소(小)정파의 수장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공심위의 지역구 후보 선정 결과를 뒤집거나 비례대표 선정에 개입할 경우 결국 참신한 외부인사들의 참여 공간이 좁아지면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통합의 법적 절차를 마무리해야 할 시한이 코 앞에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의 요구에 대해 손 대표는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결정해야 할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박 위원장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결국 당의 운명이 특정인의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강금실ㆍ김상희 최고위원 등은 "공천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분명한 차별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박 위원장의 요구를 전면 수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사이의 통합 협상 때 이미 비례대표 추천기구를 공심위와 별도로 구성키로 합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성품으로 볼 때 이들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공심위원장직을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공천 쇄신의 주춧돌을 놓기 위한 물밑 힘겨루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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