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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예술가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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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예술가의 몸'

입력
2008.02.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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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워 지음ㆍ심철웅 옮김미메시스 발행ㆍ304쪽ㆍ6만8,000원

잭슨 폴록은 물감을 흩뿌리며 거대한 화폭의 일부가 돼 간다. 여류 화가 트레이시 에민은 사방이 하얀 방안에 2주 동안 갇혀 나체로 ‘작업’했고, 관객들은 벽에 설치된 어안 렌즈를 통해 그 광경을 ‘감상’했다.

바디 페인팅, 문신, 피어싱은 차라리 온건하다. 몸속에 붓을 꽂아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구보타 시게코 <퍼페츄얼 플럭스페스트> ), 자신의 남성기를 학대함으로써 인간의 고통을 표현한다(밥 플래너건 <자기 색정적인> ).

몸은 20세기 예술 운동의 핵이다. 몸은 수단(표현 매체)이며 목적(최종 작품)이다. 몸은 캔버스이며 찰흙이다.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 해프닝, 이벤트, 퍼포먼스 등 행위의 현장 역시 작품이다. 몸은 미학이다.

예수는 이들이 즐겨 택하는 주제다. 관객들은 붉은 물감을 온몸에 처바른 채 십자가에 결박돼 있는 예술가를 ‘감상’한다(헤르만 나치, <80번째 행동, 주신제-신비 의식 현장>). 못 박힌 예수가 누런 액체로 가득찬 유리 탱크에 ‘설치’돼 있다(안드레스 세라노, <오줌 그리스도> )

동료의 입에 오줌을 누는 것도 몸을 주제로 한 행위 예술이다(오토 퀼 <오줌 행위> ). 대형 낚시 바늘 10여개를 피부에 꽂아 매달린 행위 예술가도 작품이다(스텔락 <잡아 당겨진 피부 이벤트> ). 거대한 남성기를 매단 여성의 모습은 변태 성욕과 페미니즘을 조롱한다(린다 벵글리스 <무제> ). 저들 ‘작품’은 관객들에게 집요하게 요구한다. 당신은 얼마나 억압돼 있는지 생각해 보았느냐고.

책은 20세기 후반의 예술사를 정리하는 영국 파이돈 출판사의 ‘테마와 운동’ 시리즈의 일부다.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백남준이 나온다(퍼포먼스 <머리를 위한 선> ).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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