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자금 '스마트 머니'가 몰려온다실질고객예탁금 상승세… "지금이 기회" 시장보다 한발 먼저 움직여
매서운 찬바람에 긴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주식시장에도 봄기운이 몰려오는 것일까. 이른바 '스마트머니'로 불리는 거액의 개인투자 자금이 최근 들어 주식시장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머니란 보통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 등에 의해 시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회전되는 자금을 일컫는다. '벌이가 될 만한' 투자대상을 면밀히 가려내 실적이 우량한 주식 등을 '영리하고도 재빠르게' 쫓아다닌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서는 개인 큰손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기관이나 외국인 못지 않은 정보력과 판단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의사결정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해 전통적으로 시장 변화에 한발 빠르게 반응해 왔다. 장기적인 흐름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주가의 큰 방향 변화를 예측하는 데는 유용한 선행지표인 셈이다.
개인 큰손들의 동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실질고객예탁금. 전체 고객예탁금을 토대로 미수금과 신용잔고, 개인매도결제액 등을 감안해 산출하는데 개인투자자의 주식계좌에서 발생하는 실제적인 자금 유출입을 반영해 특히 거액을 운용하는 개인 큰손들의 움직임을 잘 드러낸다.
15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실질고객예탁금은 지난해 3분기부터 계속 감소세를 보이다 이 달 초 바닥권을 형성한 뒤 다시 증가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었던 지난해 7월 16조원대까지 늘어났던 실질고객예탁금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설 연휴 직전, 8조8,805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설 연휴 이후 이틀 동안 1조3,464억원 급증하면서 12일 현재 10조2,26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스마트머니는 대중의 선택과 다르게 가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처럼 공포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다수 투자자가 시장을 멀리하는 상황이 현명한 자금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에도 스마트머니는 시장 흐름에 한발 앞서 움직였다. 2001년 9ㆍ11 사태 직후 코스피가 반등할때도 그해 8월부터 이미 유입세가 늘기 시작했으며 2003년 3월 카드대란을 딛고 주가가 반등할 때도 1달 전부터 급격히 자금이 유입됐다. 반대로 2006년 4월 버냉키쇼크로 주가가 하락할 때 역시 그해 1월부터 실질고객예탁금은 앞서 감소세를 보였다.
유승민 연구원은 "2월 초부터 방향을 튼 실질고객예탁금 유입세는 특히 2001년부터 계속된 전반적인 상승추세의 하단을 찍고 오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며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와 기관투자자의 소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반등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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