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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정권교체=靑밥상 교체, 과연 MB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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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정권교체=靑밥상 교체, 과연 MB는?

입력
2008.02.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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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그릇 뚝딱 맨' MB…"가릴게 뭐있어… 다 맛나구먼"

며칠 있으면 청와대의 주인이 바뀝니다. 정부 조직도 모양을 바꾸고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면면도 달라지겠죠. 그렇다면 대통령의 밥상은 어떨까요. 당연히 전 주인의 취향에 맞춰 나오던 반찬의 종류가 바뀌고 음식의 간이 달라집니다.

새 안주인의 취향에 맞춰 식기들이 새롭게 공급되겠지요. 이번 주 ‘토일 엔터’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먹거리 취향을 토대로 청와대의 식탁이 어떻게 꾸며질지를 예측해 봅니다. 이를 알기 위해선 우선 이 당선자의 식습관과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평소 자주 찾던 음식점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겠죠?

아직 청와대의 새 조리팀 구성이 끝나지 않아 ‘대통령의 밥상’ 을 완벽하게 보여드리지는 못하지만, 당선인 부인 김윤옥 여사의 증언(?)과 당선인의 측근들이 전하는 말을 들어보면 여러분도 대략 새 대통령의 밥상을 머릿속에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음식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샅샅이 보여드립니다. 전직 청와대 요리사들이 전하는 재미있는 얘깃거리도 준비했습니다.

2005년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시절, 유럽 출장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했던 기자들은 그가 보여주는 놀라운 식성을 경험합니다. 연일 강행군으로 입맛이 떨어진 수행 공무원들과 기자들이 느끼한 서양 음식을 아침으로 받아놓고 숟가락 들기를 주저하는 동안, 당선인은 고봉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 버렸죠. 옆에서 지켜본 기자의 말을 빌리면 볼을 부풀리며 하도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주눅이 들었을 정도라고 하네요.

김윤옥 여사는 “그동안 살면서 반찬투정 한 번 하지 않은 게 너무 고맙다”며 이 당선인의 유별나지 않은 식성을 자랑합니다. 김 여사는 “가리는 게 없다. 그런데, 식사할 때 국물은 꼭 찾는다. 된장 하고 김치찌개가 있으면 좋아하고…. 밑반찬은 그냥 냉장고에 넣어놓은 것을 다 꺼내서 먹는 편”이라고 말합니다.

김 여사의 말대로라면 새 대통령을 맞는 청와대 요리사들은 부담이 적을 것 같습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한 시사프로 인터뷰에서 “이 당선인이 워낙 음식을 잘 드셔서 나도 같이 몸무게가 늘어난 것 같다”고 웃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비서관 A씨는 “스스로 ‘못 먹고 자라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사를 한다’고 말한다. 솥밥을 특히 즐기는데, 집에서 예전부터 쓰던 솥으로 밥을 해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이 밥에 계란을 풀고 참기름, 간장을 넣어서 비벼 먹으면 힘이 난다며 종종 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선인이 어린 시절 옆집 양계장 친구가 하나씩 가져다 주던 계란을 먹던 추억 때문에 이 비빔밥을 즐긴다고도 하네요.

당선인 측근 B씨도 “젊어서부터 해외생활을 해온 터라 입맛이 글로벌화되어 있다. 해외출장을 갈 때도 다른 사람처럼 김치나 고추장을 챙겨가는 일 없이 현지 음식을 고집한다”며 “청와대에서도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 리스트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합니다.

C 비서관은 이 당선인이 유독 야채를 즐긴다고 말합니다. 딱히 음식을 가리진 않지만 삶은나물 반찬이 식탁에 없으면 찾고, 식사 전에 오이 배추속 등을 먼저 장에 찍어 먹을 정도랍니다. “1977년에 간염을 앓은 적이 있어 그 이후 계속 녹즙을 즐겨 마신다. 부추, 사과, 샐러리 등을 갈아서 아침식사 대신 마시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가리는 게 없는 식성이지만, 피하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죠. 주변인들의 전언을 모으자면 이 당선인이 썩 내켜하지 않는 것은 미지근한 음식, 잡곡밥(한 단골집에서 현미밥을 권했지만 계속 사양!) 정도입니다.

A비서관은 “술을 즐긴다는 소문도 있지만 찾아서 마시는 스타일은 아니다. 술 취한 모습을 보기 힘들다. 서울시장 시절 직원, 기자들과 종종 호프 데이를 갖기도 했지만 과음은 안 했다”고 말합니다.

커피는 다방커피, 원두커피를 가리지는 않는데 건강을 위해 커피를 줄이라는 충고를 많이 들어 하루 2잔 정도에 그친답니다. 종종 야식을 찾지만, 저녁식사 때 남은 국에 밥을 말아 먹는 정도로 넘긴다니, 청와대 직원들이 오밤중에 야식 준비하느라 종종걸음을 칠 일은 없을 듯하네요.

여러 전언을 종합하면, 이 당선인의 새로운 청와대 밥상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식사 중 오찬과 만찬은 대부분 행사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가족의 입맛만을 내세운 메뉴보다는 유명 호텔에서 마련하는 보편적인 음식으로 제공되기 마련입니다. 조찬 약속이 없는 날 관저에서 상을 받을 때, 혹은 매우 사적인 약속 때에만 청와대 운영관과 조리팀이 대통령의 식습관에 포커스를 맞춘 메뉴를 준비하는 게 보통이죠.

전직 청와대 조리장들은 “대통령의 밥상이라고 대단하게 꾸며지지는 않는다. 보통 5찬에 1~2가지 단품 요리 정도가 상에 오른다”고 말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아직 이 당선인의 식생활을 전담할 조리장들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모 비서관은 “김 여사가 워낙 요리를 좋아하고 당선인의 식사 챙기기를 원하기 때문에 평소 집에서 즐기던 찌개류, 그리고 집에서 담근 각종 김치, 야채류, 비빔밥 등이 주 메뉴로 오를 것”이라며 “샌드위치, 햄버거 등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는 서양식 조찬을 찾을 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유상호기자 shy@hk.co.kr

■ MB의 단골집…"나도 가본데네"

이명박 당선인이 자주 찾았다는 음식점을 탐문한 결과, 역시 대단한 식성이었다. 한식 중식 일식을 넘나들며 육류 생선 채소 등 가리는 것이 없었다. 한 식당 주인은 “밥에 나물을 넣고 비벼서 체면 차리지 않고 먹성좋게 드시는 모습이 딱 시골사람 같았다”고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입에 더 당기는 음식이 있었을 터. 당선인 비서실의 도움으로 단골집을 찾아 이 당선인이 특히 좋아했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들어봤다.

■ 안동국시 소람

조계사 건너 견지동길을 따라 들어가서 백악미술관 지하에 자리잡은 ‘안동국시 소람’. 박승미 점장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오시지 않았지만 대선 준비기간에는 1주일에 2번 정도 식사를 하러 들르셨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주로 찾은 음식은 국밥과 메밀묵 무침. 특히 메밀묵 무침은 한 조각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즐기는 반찬은 갖은 양념을 한 뒤 살짝 쪄낸 깻잎. 박 점장은 “김윤옥 여사도 가끔 친구분들과 오셔서 국수, 수육 등을 드신다”고 귀띔했다.

■ 전복죽 전문점 야우

안국포럼 인근 견지동길에 있는 전복죽 전문점 ‘야우’. 비서들이 그릇째 안국포럼으로 날랐기 때문에 당선인이 직접 오지는 않았지만 단골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당선인이 주로 찾았던 메뉴는 전복죽. 고정자 사장은 “그릇들이 하도 깨끗이 비워졌기에 누가 드셨느냐고 물었다가 이명박 당선인이 드신 것을 알았다”면서 “특별히 전복을 많이 넣거나 한 것도 아닌데 잘 드시더라”고 말했다.

■ 중화요리 용봉채관

견지동 서울중앙교회 골목 안에 있는 중국음식점. 진한 사골국물에 해산물을 듬뿍 넣어 끓인 용봉면이 이 집의 특별 메뉴지만 이 당선인이 좋아했던 음식은 자장면이다. 소연생 사장은 “대선 다음날인 12월 20일에도 가족들과 함께 와서 전가복, 유산슬 등 요리 몇 가지와 자장면을 드셨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음식을 먼저 드리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형님 먼저’라고 하면서 이상득 국회 부의장에게 양보하더라”고 기억했다.

■ 두부마을

인사동 쌈지길 지하에 있는 두부 전문점. 2006년 8월부터 이 당선인이 자주 찾던 집이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이곳까지 올 시간이 없어 비서들이 음식을 차로 실어 나른다. 거의 청국장이나 콩비지를 즐겼다는 게 주인 이재호씨의 설명. 묵무침과 겉절이, 두부부침 등을 특히 좋아했다. 이 사장은 “따로 마련된 방이 없는데도 다른 손님들과 어울려 잘 드셨다. 반찬을 한데 넣고 청국장에 쓱쓱 비벼서 드시는 소탈한 식성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 순두부집 감촌

종로구청 맞은편에 있는 ‘감촌’은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부터 직원들이 순두부를 뚝배기째 실어 나르던 집이다. 굴과 해물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순두부를 즐겼다. 이 집에서 직접 만든 멸치젓으로 버무린 파김치를 특별히 좋아했다는 게 식당 직원의 설명이다.

■ 황우촌

서울시청 앞에 있던 일식 ‘어부가’와,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인근 고깃집 ‘황우촌’은 이 당선인과 같은 고향인 포항 출신 이만천, 최우성 부부가 운영하던 식당.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포항식 상차림에 매료돼 어부가에 자주 들른 것이 인연이 됐다. 2005년 이만천씨가 작고한 뒤 어부가가 문을 닫자 이 당선인은 황우촌을 자주 찾았다. 최우성 사장은 돌솥에 지은 흰 쌀밥과 멸치볶음, 된장에 묻어두고 삭힌 미역줄기 장아찌, 고등어 구이로 차린 밥상을 이 당선인의 단골 메뉴로 소개했다. 느긋하게 식사할 시간이 없을 때는 우거지탕처럼 후딱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음식도 선호했다는 게 최 사장의 전언이다.

■ 소탈한 식성… "냄비밥이 최고지"

이명박 당선인의 입맛을 두고 측근들은 "워낙 가리는 것이 없고 소탈해서 뭐든지 잘 먹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꼽는 최고의 음식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냄비밥'이다.

김 여사는 "이명박 당선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며, 먹고 싶으면 퇴근길에 제게 전화해서 주문하는 음식"이라고 냄비밥을 소개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어낸 쌀밥을 대접에 반 정도 담은 후, 날 달걀을 한 개 깨어 넣고, 그 위에 뜨거운 밥을 덮으면 준비는 끝. 1~2분쯤 지나면 흰자는 익고 노른자는 반숙이 된다. 위에 간장을 조금 넣고 잘 비벼내기만 하면 완성이다. 김치는 옵션, 국도 필요 없는 간편식이다.

김 여사는 "이 당선인이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쌀밥을 못 먹고 자랐기 때문에 이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정말 피곤하고, 집에 와서 쉬고 싶을 때 자주 먹는 음식"이라고 귀띔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전직 요리사들이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대통령마다 통치 스타일이 다르듯, 식성도 제각각이다. 대통령의 밥상은 최고 권력자의 성격과 기호를 보여주는 돋보기 렌즈이자, 현대정치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창호 구멍. 칼국수에서 홍어, 도다리회, 과메기로 이어지는 대통령들의 대표 음식은 정권의 정치한‘상징조작’이기도 하다.

DJ 시절 청와대 운영관을 지낸 문문술(55^현 메이필드호텔 총주방장)씨와 1990년부터 8년간 대통령 관저의 양식 담당 조리사로 일한 이근배(52·현종합식품업체 그린팰 이사)씨를 만나 ‘현대판 수라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대통령의 밥상 하면 흔히 대장금이 차린 궁중 잔칫상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일반인의 밥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일품요리 두어가지에 반찬 대여섯 가지 정도의‘소박한 밥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1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초기 청와대 관저. 손명순 여사와 함께 하는 저녁 식탁에 대구탕이 올랐다. 수저로 국그릇을 휘젓던 YS가 갑자기 묻는 말, “대구 머리 어디 갔노?” 대통령께 ‘생선 대가리’ 를 드리지 않는 것은 청와대 조리팀의 오랜 관례였지만, YS는 생선 머리를 유독 좋아했다. “대구는 머리가 가장 맛있는 긴데…” 이후 ‘생선 박사’ YS의 밥상에는 늘 생선 머리가 올랐다.

#2 5년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한 청와대 관저. 주메뉴로 민어탕이 올라왔다. 민어 역시 머리가 맛있어 조리팀은 대통령의 국그릇에 특별히 머리 부위를 담았다. 그러나 DJ, 몇번 국물을 떠 먹다 청와대 운영관에게 역정을 내며 묻는다. “왜 머리밖에 없어? 살은 자네가 다 먹어부렀어?” 민어탕을 다시 내오기 위해 주방으로 가는 운영관의 발걸음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대통령마다 통치 스타일이 다르듯, 식성도 제각각이다. 대통령의 밥상은 최고 권력자의 성격과 기호를 보여주는 돋보기 렌즈이자, 현대정치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창호 구멍. 칼국수에서 홍어, 도다리회, 과메기로 이어지는 대통령들의 대표 음식은 정권의 정치한 ‘상징조작’이기도 하다.

DJ 시절 청와대 운영관을 지낸 문문술(55ㆍ현 메이필드호텔 총주방장)씨와 1990년부터 8년간 대통령 관저의 양식 담당 조리사로 일한 이근배(52ㆍ현 종합식품업체 그린팰 이사)씨를 만나 ‘현대판 수라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대통령의 밥상 하면 흔히 대장금이 차린 궁중 잔칫상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일반인의 밥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일품요리 두어가지에 반찬 대여섯 가지 정도의 ‘소박한 밥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 ‘까다로운 미식가’ DJ

정권 교체를 이룬 DJ정부의 출범으로 청와대 식단에도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경상도 출신 대통령 일색이던 청와대에 최초의 전라도 대통령이 입성하면서, 영남 음식 위주였던 식탁에 홍어, 갯장어, 톳나물, 돌산 갓김치 같은 호남 음식이 ‘메인 디시’를 차지하게 된 것.

DJ는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식성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특히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청와대 생활 초기 오랜 선거활동의 여파로 식사를 잘 못해 조리팀의 애를 태웠다. 운영관이 식단을 짜면 부인 이희호 여사와 주치의가 직접 보고 조율할 정도로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날의 메뉴를 좋아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항상 대안음식도 마련해 놓아야 했다. 한번은 DJ가 상에 오른 시금치된장국이 맛이 없다며 먹지 않아 예비로 끓여둔 생태탕을 권한 적도 있다고. 해외순방 때는 버석버석한 외국 쌀로 DJ가 좋아하는 고슬고슬한 밥을 짓기 위해 솥을 구하느라 법석을 떨기도 했다.

DJ는 주전부리를 즐기는 편이었다고 한다. 호두 같은 견과류와 라면을 특히 좋아했다. 밤 늦게까지 업무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야참으로 라면을 많이 먹었는데, 가끔 이희호 여사가 직접 끓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경호실에서 운영관에게 연락하면 근처 관사에 살던 운영관이 나와 끓이는 일이 많았다.

한번은 해외순방에 나선 DJ가 비행기 안에서 냉면을 찾았다. 냉면 육수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난감했다. 문문술 전 운영관은 “임시방편으로 스테이크를 삶고 동치미 국물을 섞어 만들었는데 제법 냉면과 비슷했다”며 “기대하지도 않은 냉면상을 받은 대통령께서 너무 흡족해 하셔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문문술씨 최고의 순간은 역시 남북 정상회담 때였다. 남측 주최 만찬에 양식 코스 요리를 내놨는데, 식사를 마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말했다. “남측 음식은 맛은 있는데 개성식”이라는 것이었다. ‘개성식’이란 양이 적다는 의미, 더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었다.

■ ‘칼국수 대통령’ YS

김영삼 정부는 최초의 문민정부답게 서민적인 청와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대표적인 상징물이 칼국수였다. 칼국수는 YS 본인이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지만, 청와대가 은밀하고 권위적인 ‘아방궁’이 아니라 보통 살림집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칼국수가 청와대의 대표음식이 되면서 대통령의 영양에는 비상이 걸렸다. 손님들이야 한번씩 먹는 별미지만, 대통령은 3년 내내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어야 했던 것이다.

이근배씨는 “단백질 강화를 위해 설렁탕으로 메뉴를 바꿔봤지만, 손님들이 ‘왜 나는 청와대 칼국수 안 주느냐’며 항의해 다시 칼국수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며 “대신 육수를 진하게 하고, 인절미나 과일, 호박전 같은 사이드메뉴를 첨가했다”고 말했다.

칼국수는 맛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면발이 불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 YS는 식사시간이 단 5분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스타일이라 조리팀이 맛있는 상태의 음식을 제공하기가 편했?

그런데 1994년 7월초 어느날 칼국수가 서빙되는데, 의전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메모지 한 장을 전달했다.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YS는 밖으로 나가 2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칼국수는 퉁퉁 불어터지고, 상은 치워졌다. 다시 점심을 차리라는 연락이 온 것은 조리팀이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망 뉴스를 들은 직후였다.

칼국수 외에도 YS는 생선을 특히 좋아해 조리팀은 우럭미역국, 광어미역국, 대구미역국 온갖 종류의 생선 미역국을 끓여야 했다. 간식은 거의 안 하고, 아침에도 조깅 후 국 한 그릇과 과일 한 접시면 끝이었다. 저녁 만찬이 영양 보충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끼니였다.

■ ‘된장 마니아’ 노태우

노태우 전 대통령은 산골 출신이라 그런지 된장류를 유독 즐겼다. 특히 멸치국물에 푹 익은 김치를 송송 썰어넣고 콩나물과 쌀밥을 곁들여 끓여낸 ‘갱시기’를 아주 좋아했다. 경상도 음식 갱시기는 나물을 넣고 끓인 국에 찬밥을 넣은 뒤 한 번 더 끓여내 먹는 것이다.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 서민들이 먹던 음식이다. 이근배씨는 “대통령들은 바깥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후 청와대에 들어오기 때문에 식성도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부분 성장기에 즐겨 먹던 소박한 음식을 찾는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 청와대 식탁 궁금증 Q&A

-청와대에도 배달이 되나요?

청와대도 배달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호상의 문제로 거쳐야 할 절차가 번거로워 거의 시켜 먹지 않습니다. 자장면을 시켰는데 배달원의 신분 확인하고 요리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검식까지 거친다면 이미 자장면 면발은 퉁퉁 불어 있겠죠. 대통령이 청와대로 가기 전 자주 들르던 단골집 음식이 생각날 때면, 경호실에서 직접 방문해 포장구입을 하기도 한답니다.

-영부인도 요리를 하나요?

많은 시간을 함께 한 부부로서 대통령의 입맛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영부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이 많은데요. 손수 요리를 하실 때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라면이나 과일주스 등 간단한 것에 한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운영관을 통해서 요리를 주문합니다. 요리사 관사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 대통령이 야식을 먹고 싶을 때는 수시로 찾는다고 합니다.

-청와대에서도 김장을 하나요?

청와대에서도 김치는 직접 담가 먹습니다. 보통 500~600포기, 많으면 800포기 정도의 김치를 담급니다. 가끔 ‘청와대 김장하는 날’이라는 뉴스도 보셨을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통령 취임식 날 아침은 퇴임하는 대통령을, 점심은 새로 취임한 대통령을 대접해야 하기 때문에 김치의 종류와 맛도 바뀐답니다. 과거 경상도 출신 YS에서 전라도 출신 DJ로 바뀔 때, 점심 때 젓갈이 많이 들어간 김치가 식탁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청와대에는 커피나 녹차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있나요?

차의 종류를 결정해 접견실에 놓는 것도 청와대 요리사들의 몫입니다. 대통령과 영부인은 많은 사람들의 접견을 받죠. 찾아오는 사람은 많은데 대통령과 영부인의 몸은 하나이니 그때마다 차를 마신다면 ‘물배’ 채울 노릇입니다. 그래서 몇 잔 마시다 사람 수가 늘어나면 거의 마시지 않은 채 돌아온다고 하네요. 마시는 차의 종류는 모두 대통령이나 영부인에게 맞춥니다. 대통령이 녹차를 마시는데 “난 커피”라고 말하는 방문자는 없답니다. 주는 대로 마시는 거죠.

-대통령은 보양식으로 주로 어떤 것을 먹나요?

최고 통치자로서 대통령은 항상 진수성찬을 즐길 것이라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일했던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대통령을 위한 특별한 보양식은 따로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제철 음식이 보양식이라는 거죠. 흔히 말하는 보신탕, 보양탕 등은 없습니다. 주치의로부터 가끔 육류를 줄여달라거나 위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만들어 달라는 등의 주문이 들어오는데, 그렇게 만든 음식이 보양식이라면 보양식이겠네요.

-대통령이 바뀌면 식기 등 부엌살림도 바뀌나요?

영빈관 등에서 국빈 대접에 사용하는 식기에는 봉황이 그려져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통령 관저에서 사용하던 식기들은 바뀝니다. 이 식기들은 국가 기물에 속하기 때문에 가지고 나갈 수는 없고 따로 보관됩니다. 새로운 식기도 우리가 보통 접할 수 있는 자기류로 채워진다고 합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 "혹시라도…" 경호실서 시식

대통령의 밥상을 책임지는 사람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 소속된 운영관이다. YS 시절까지는 대부분 비서관실 소속 공무원이 운영관을 했으며 별정직인 한식, 일식, 양식 요리사들이 실제 요리를 맡아 대통령의 식탁을 채웠다. 운영관은 대통령 내외가 먹는 음식의 메뉴를 결정하고 식재료를 구입하는 등의 일을 주로 맡았다.

운영관의 역할은 DJ 정부가 들어선 1998년부터 강화됐다. 공무원이 아닌 요리 전반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경력있는 주방장 출신이 들어왔으며, 이들이 직접 요리도 하고 각 분야 요리사들도 챙기는 역할까지 맡았다. 롯데호텔에서 요리사를 하다 민간인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운영관을 맡았던 문문술씨는 별정직 4급으로 출발해 5년의 임기를 DJ와 함께 하며 3급으로 퇴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특급호텔 요리사 출신인 신모 운영관이 그 직무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맡고 있다.

청와대 조리실의 구조는 어떨까. 대통령 부부가 생활하는 관저에는 2개의 주방이 있다. 하나는 대통령 부부만이 식사를 하는 사적인 공간이고, 하나는 외부 손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대식당이다. 50명 이내의 외부 손님은 주로 청와대 요리사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그 이상 규모는 호텔에 발주한다. 이때도 역시 메뉴는 운영관이 의전비서실과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대통령 내외의 식탁에 올라가는 모든 음식은 경호실을 통해 안전성 여부를 검사하는 검식 과정을 거친다. 이어 운영관이 대통령 내외에게 메뉴를 설명하고 식탁 밑에 마련된 벨을 누르면 웨이터 2~3명이 요리를 순서에 따라 식탁에 놓는다. 웨이터들은 공무원 신분이며 대통령의 지방순시 때도 동행한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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