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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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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

입력
2008.02.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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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하다드 지음ㆍ박민희 옮김아시아네트워크 발행ㆍ332쪽ㆍ1만5,000원

“여섯 달 된 아기가 게릴라인가요.” 10명의 손자를 둔 노인 아카쉬가 울부짖는다. 2006년 7월.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 군의 포탄이 레바논 민간인들을 죽였다. 아카쉬의 손자들도 이날 죽었다.

무려 4발의 미사일이 이들을 죽인 무기였다. 이스라엘 공격의 이유는 헤즈볼라가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하고 8명을 살해했다는 것. 이렇게 시작된 33일간의 침략으로 레바논인 1,183명이 사망하고, 이중 3분의 1은 열세 살도 안된 어린이들이었다.

책은 레바논 저널리스트 림 하다드가 전쟁을 취재하는 기자가 아닌, 전쟁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엄마로 겪은 2006년 레바논 전쟁을 기록한 글로, 33일 간의 일상이 일기처럼 적혀있다.

각종 거창한 말들에 가려진 채 진행되는 문명의 충돌로 죽어간 민간인, 그리고 아이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시각과 목소리가 가득하다. 다락방에서 숨죽이며 나치의 만행을 기록했던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함이 돋보인다.

2006년 7월 15일. 폭격이 시작된 지 이틀이 되는 날 뉴스를 보던 하다드는 “이스라엘 헬기들이 차량 행렬을 향해 미사일 2발을 발사해 21명을 죽였다. 그 중 16명은 어린아이였고 임신부도 한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라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헤즈볼라와 상관 없었음을 항변한다.

25일의 기록에선 정전 협정 이행 감시를 위해 레바논에 있던 유엔초소에도 이스라엘군이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고 증언한다. 저자는 민간인을 향한 폭격에 대해 언급한 콘돌리자 라이스의 발언이 큰 실망을 던져줬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책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중동 민간인들이 바라보는 전쟁에 대한 생각을 직설적으로 전달해준다. 세계평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말들로 정당화되는 서방세계의 포격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하는 보편적인 부모의 마음도 울려온다.

아랍인과 유대인이 친구가 될 수 있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라고 저자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에서 “절망에 빠진 우리에게 그래도 희망을 찾아 일어서자고, 평화를 위해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절절한 고백”이라고 전한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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