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론 스트래처 지음ㆍ박선령 옮김로그인 발행ㆍ264쪽ㆍ9,800원
새벽 6시에 집을 나가 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저녁9시나 돼야 귀가하는 카메론 스트레처 역시 한 주에 60~80시간을 일해야 하는 바쁜 현대인이었다.
“다 가족을 먹고 살리기 위해서 그런 걸”이라고 자위했지만 그런 그가 마주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아내와 딸, 아들이다.
<아빠와 함께 저녁 프로젝트> 는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하는 회의를 품고 일주일에 최소한 닷새를 가족과 함께 저녁먹기, 그 중 절반은 자신이 식탁을 차리겠다는 프로젝트를 실천한 10개월 동안 자신과 가족에게 생긴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책은 음식이 어떻게 사랑으로 변하고 사랑이 어떻게 음식으로 변하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아빠와>
고비도 많았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새롭게 접하는 ‘아빠표 요리’에 자녀들이 고마워하기 보다는 입맛에 맞지 않다며 한 숟가락 뜨다 말기 일쑤였다(그는 인자한 아빠에서 호전적인 아빠로 변하는데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밥도 먹지 않고 침대로 가려는 아이들을 붙잡아 식탁에 다시 앉히려는 전쟁이 수도 없이 벌어졌다.
한정된 시간을 쪼개려다 보니 직장과 가족 모두 충실할 수 없어 결국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포기하고 자문역을 맡고 있는 법률회사에 사표도 냈다. 변화는 놀라왔다.
지쳐있던 아내는 의욕적이 됐고, 아빠에게 데면데면하게 대하던 아들이 “제발요. 아빠 제 방에 있어 이야기 들려주세요”라고 4시간 동안 떼를 쓰는 아들로 변했다.
OECD가입국 중 최장시간인 연간 평균 2,300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아빠들에게 “자녀와 저녁함께 먹기 프로젝트는 가능하다”는 저자의 ‘순진한’ 제안을 강요할 용기는 없다.
그러나 “일을 할 때는 집에서 멀리 떠나 있어야 하지만 요리는 나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 준다. 전자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후자는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본질적이며 근본적인 부분이다”는 지은이의 조언은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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