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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그로기’

입력
2008.02.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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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슈퍼 화요일’이후 8연패를 당한 좌절을 딛고 반전의 기회를 잡기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으나 들려오는 것은 대부분 우울한 소식들이다.

연승 가도를 달리는 흑인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대세론이 작동하면서 힐러리 의원을 지지하던‘슈퍼 대의원’이 마음을 바꾸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오바마 의원의 강력한 상승세에 압도당한 민주당 의원 등 흑인 정치 지도자들의 동요는 이미 힐러리 의원측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민권운동으로 유명한 원로 흑인 지도자로 의회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존 루이스 하원의원(조지아주)은 14일 슈퍼 대의원으로서 밝혔던 힐러리 의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면서“전당대회에서 오바마 의원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역시 흑인인 조지아주 데이비드 스콧 하원의원도 지역구 유권자의 80%가 오바마 의원을 지지했음을 상기시킨 뒤“예비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표심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오바마 지지를 공식화했다.

흑인 의원 가운데 가장 지명도가 높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짐 클라이번 의원은 오바마의 연승에 대해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미네소타주 등의 흑인 슈퍼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힐러리 의원에 대한 지지 철회가 속출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온라인 정치단체인 무브온(MoveOn.org)이 14일 슈퍼 대의원에게 경선에서 나타난 표심 결과에 따라 지지 후보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20만명 청원운동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힐러리 의원 측을 압박하고 있다.

힐러리 의원측이 각별히 공을 들인 거대 노조들로부터도 충격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노조의 하나로 꼽히는 연합음식ㆍ상업노조가 14일 오바마 의원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19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서비스종사자국제노조도 금명간 오바마 의원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 의원측은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경선 조기 실시를 이유로 원천 무효를 선언한 미시건, 플로리다주 경선 결과를 되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그 전망 또한 그리 밝지 않다.

힐러리 의원은 두 곳의 경선에서 모두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그 결과가 대의원 확보 경쟁에 반영될 경우, 상당한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미시건 경선의 경우, 오바마 의원의 이름이 투표용지에서 아예 삭제되는 등 경선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기 보다는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시건, 플로리다주 경선 결과 반영 여부는 아직 속단키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선거가 실시돼도 힐러리 의원이 다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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