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주도하여 태양계와 아주 닮은 외계 행성계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우리로부터 약 5,000 광년 떨어진 별 옆에서 두 개의 커다란 행성을 찾은 것인데, 그 위치가 절묘하게도 우리 태양계의 목성과 토성에 해당된다. 관련 논문은 <사이언스> 지 2월호에 게재돼 현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사이언스>
만일 외계에서 우리 태양계를 관측한다면 목성과 토성은 다른 행성보다도 훨씬 크기 때문에 먼저 발견된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번 관측 결과는 이 외계 행성계에 우리 태양계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및 천왕성 해왕성에 해당되는 작은 행성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즉 ‘복사판’ 태양계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충북대 물리학과 한정호 교수팀과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연구부 박병곤 부장팀은 ‘독특한’ 방법으로 외계행성을 찾아왔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이 연구를 기관 ‘톱 브랜드’ 사업으로 선정하고 밀어붙였다. 선진국처럼 대형 망원경이 없는 우리로서는 ‘틈새 공략’에 안성맞춤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동계 스포츠 종목 중 쇼트트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관계자들이 거의 매일 밤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며 보냈다. 관측 영역이 남반구 하늘이어서 우리나라 망원경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함도 많았다.
이 사업의 목표는 결국 우리 지구와 똑같은 외계 행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제2의 지구 찾기 경진대회’는 이미 첨예한 대결 속에서 열리고 있다(한국일보 2007년 10월 29일자 칼럼 참조). 한국천문연구원에서도 더욱 정밀한 관측 장비를 확보해 지구와 똑같은 행성들을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 꿈이 이루어지면 장래 노벨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번 발견은 우리 태양계와 정말로 비슷한 외계 행성계가 확률적으로 반드시 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그렇다면 ET(Extra-Terrestrial)는? 유명한 천문학자 세이건(Sagan)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존재한다. 다만 어떻게 서로 ‘콘택트(Contact)’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콘택트> 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이건이 집필하여 영화로 만들어진 과학소설의 제목이다. 콘택트>
ET가 존재한다고 해서 그 말이 곧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가 ET의 우주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등식 ‘ET=UFO’는 성립하지 않는다. 즉 ET가 존재한다는 것과 ET가 지구에 와서 날아다닌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산꼭대기에 UFO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제일 먼저 내리는 UFO는 요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식의 여유를 부리면서도 그 주차장에서 UFO가 내리기를 평생 기다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는 국민수준이 요구되는 21세기다.
특히 ET와 관련된 사이비 과학들이 그럴 듯하게 포장돼 걱정스러운 사회적 현상들을 만들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필자는 종교인이 아니다—굳이 종교가 있다면 천문학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기성종교의 숭배 대상들을 외계인이라고 단정 짓는 일,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의 새로운 버전인 종말론, 외계인 숭배를 표방하는 움직임 등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러다가 한바탕 또 ‘휴거’ 소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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