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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소리꾼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 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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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소리꾼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 14편

입력
2008.02.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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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하는 사람이다. 단지 노래를 다른 이들보다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열심히 불렀기에 좀 더 잘 부르는 것일 뿐 특별히 타고난 재능이랄 것도 없고, 노래 말고는 하고 싶은 것이 거의 없는, 지극히 단세포적인 인간이라 생각한다.

나름대로는 투철한 사명감이랍시고 음반 두 장을 만든 용기 역시 단세포적인 것 같다. 첫째 음반은 ‘천뢰’라는 전통 가곡집으로, “솔직히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나른하고 편하다 못해 졸립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젊은 사람으로 이 시대와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두번째 음반 ‘첫마음‘에서 나는 짧은 독서량을 보충해 줄 보석 같은 시들을 떠올렸다. 내게는 자식 같은 선물이 아닐 수 없기에 글치인 주제에 애정이랍시고 첫마음에 대한 몇몇 곡들의 짧은 감상을 적어 본다.

처음이란 말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환희 때론 아련한 아픔을 느끼게 하는 단어가 있을까? 첫 곡이자 타이틀 곡인 ‘첫마음’을 부르는 나의 심정이 그랬다. 처음만큼이나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못잊어’(김소월), 시간을 멈추고 서서 내 뒤를 한번 돌아보고 하늘한번 쳐다보고 깊었던 ‘선운사에서’(최영미)다. 둘이 하나가 됐을 때 이룰 수 있는 사랑을 노래한 ‘사랑은’(김남주)에서는 희망만큼이나 처연한 사랑을 느꼈다. 이 밖에 ‘창 안에 혔는 촛불’, ‘초혼’, ‘접동새’, ‘찬기파랑가’ 등 14편의 시는 내 마음을 울렸다.

평소 자주 대하는 어른, 동료로부터의 귀동냥으로 익어 있던 말들에 선율의 날개를 달아주신 작곡가(김대성)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동시대에 맞는 전통 가곡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일념과 가객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100곡 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의 결과라는 점을 말해 두고 싶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핑계도 그만하고 싶었다. 이 음반이 그 기대에 부합된다고는 감히 장담할 수는 없으나 작은 불씨 정도는 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주:국악 중에서도 가장 엄정한 정악(正樂)과 가장 자유로운 양식인 즉흥 음악 등 극과 극을 마음대로 오가는 국악인 강권순씨를 두고 국악계의 원로 황병기씨는 “여창가곡에 일생을 건 보기 드문 소리꾼”이라 평한다. 최근 현대시를 소재로, 최초의 창작 정악집 ‘첫마음’(C&L)을 발표했다.)

강권순 국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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