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차기 정부에서 국정을 주도하는 강력한 총리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AFP 등 외신들이 14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가진 임기 마지막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5월 퇴임 후 총리로서 국정을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차기)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정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형식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만 실제로는 차기 정부에서도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달 2일 대선에서 푸틴이 후계자로 지목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의 당선이 유력하다.
뉴욕타임스(NYT)도 이 발언에 대해 “푸틴이 퇴임 이후 대통령을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현재 러시아에서는 대선 운동기간이지만 후보간 공방을 찾아볼 수 없고 퇴임을 앞둔 푸틴의 지지율이 80% 이상인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날 회견은 푸틴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변을 자랑하는 자리였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과 갈등 중인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과 구 소련 국가들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 가입, 코소보 독립 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임기 중 재산을 축적했다는 서방의 비판과 관련, “바보 같은 소리”라며 “국민들이 나를 두 번씩 러시아를 이끌게 해 준 사실이 나의 가장 큰 재산”이라고 되받았다. 최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러시아 대선 감시활동 철회에 대해서는 “그 조직이 러시아에 민주화를 가르치려 한다”며 “차라리 부인들에게 야채 수프 만드는 법을 가르치라”고 비꼬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이후 6~8%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러시아 통합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의 서방에 대한 자신감 있는 태도는 국민들에게 구 소련 붕괴 이후 실추된 러시아의 명성을 회복시키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기자회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364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을 반영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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