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이자 그룹 내 2인자로 불리는 최대 실세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회장 비서실장,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략기획실장을 잇따라 맡아 이 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챙기고 재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다. 삼성의 비자금 조성이나 경영권 승계에 깊숙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려대 상대를 나온 그는 71년 제일모직 경리과에 입사, 재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어 고 이병철 회장 시절인 82년 회장 비서실 팀장으로 발탁된 뒤 20년 넘게 이건희 회장 일가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 사심 없는 자세와 명석한 두뇌, 뛰어난 판단력으로 1990년대 중반 범(汎) 삼성가의 계열 분리,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 및 재계 빅딜,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 등 그룹 핵심 현안들을 주도면밀하게 처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편법 경영권 승계,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삼성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됐다. 2002년 대선자금 제공,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때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기소되기도 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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