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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데드'로 코믹변신 기대 뮤지컬배우 류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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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데드'로 코믹변신 기대 뮤지컬배우 류정한

입력
2008.02.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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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 ‘류정한표’ 뮤지컬은 참 한결같았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가 데뷔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를 시작으로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등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활동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러던 ‘류정한 브랜드’가 색깔을 달리한 것은 데뷔 10년차를 맞은 2006년부터. “조금 편해지고 싶다”며 소극장 뮤지컬(<클로저 댄 에버> )을 고르더니 이후 한동안은 동성애자( <쓰릴 미> )로 무대에 섰다.

그리고 살인마(<스위니 토드> )로 지난 가을을 보낸 류정한(37)의 2008년 첫 선택은 ‘B급 코미디’를 표방하는 <이블데드> 의 주인공 애쉬. 이제 점잖은 슈트 같은 고상함보다 철 지난 트로피컬 셔츠 같은 다채로움이 그를 더 잘 설명하는 수식어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재미있잖아요. 그리고 저처럼 못 웃길 것 같은 사람이 나서야 코미디의 맛이 살지요.”

다음달 18일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하는 <이블데드> 는 200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동명 영화 1,2편(1983)을 원작으로 한 ‘코믹 호러 뮤지컬’이다. 여행길에 나선 대학생들이 우연히 악령과 피튀기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에 대본을 받고 많이 웃었어요. 제가 후배들이랑 친해지려고 평소에 일부러 쓰는 ‘조낸(매우)’ 같은 은어가 대사에 있더군요.(웃음) 이전에 맡았던 역할과는 다르게 몸으로 웃겨야 하는 장면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부담감보다는 기대와 설레는 마음이 더 커요.”

사실 그가 출연작을 고르는 몇 가지 원칙을 듣고 나면 <이블데드> 를 택한 게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그는 음악적 완성도를 우선 고려한 뒤,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고 했다. “ <이블데드> 는 <쓰릴 미> 나 <스위니 토드> 가 그랬듯 한국 관객에게 꼭 소개해야 할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너무 장르가 국한돼 있어서 이런 독특한 작품도 필요하죠.” 유독 초연작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블데드> 처럼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작품에 참여한 횟수가 많은 것도 그의 소신과 관련이 깊다. 10여년의 배우 생활로 얻은 인지도가 좋은 작품이 소리소문 없이 사장되는 일을 막는 데 쓰이길 바란다는 것.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잘 몰랐고 심지어 성악을 전공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류정한은 10년 넘게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는 자신이 놀랍다고 했다. 그 사이 노래 가사 하나만 틀려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깐깐한 성격도 많이 누그러졌고, 삼십대 후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어린 후배들과 왕성히 일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몇 년 전부터 단독 콘서트와 뮤지컬 제작자의 꿈도 키우고 있는 욕심 많은 그지만 정작 중요하게 생각하는 몫은 따로 있다. “운 좋게 해보고 싶은 역할을 다 해 봤으니 이제 실력 있는 후배들을 뒷받침 하는 든든한 조연이 돼야죠. 30~40대 배우들이 중심을 잡아야 뮤지컬계의 거품이 빠지고 깊이가 생길 겁니다.”

어떤 질문에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류정한의 모습에서 코믹 배우 변신의 가능성을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해 보였다. 좀비가 등장하고 피가 낭자한 엉뚱한 뮤지컬 <이블데드> 의 연습 과정을 그가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것.

“네, 요즘 정말 재미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웃긴 코미디는 아니겠지만 스트레스를 확실히 풀어 줄 작품이죠. 주변에서 성격 밝아졌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니까요. 하하.”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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