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이후 중요 문화재에 대한 정밀 실측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숭례문 방화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나 천재지변으로 중요 문화재가 훼손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이 때 정밀 실측조사 자료는 문화재를 다시 원형대로 복구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숭례문 화재가 난 다음날 문화재청과 전문가들이 원형 복원에 자신감을 보인 것은 서울시 중구청이 2006년에 작성한 <숭례문 정밀 실측 조사보고서> 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숭례문>
실제로 1984년 신도가 기도를 하다 촛불을 부주의하게 다뤄 불탄 전남 화순 쌍봉사의 3층목탑 형식의 대웅전(당시 보물 163호)이나 86년 방화로 불탄 전북 김제 금산사의 대적광전(당시 보물 476호)은 정밀 실측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원형을 복원할 수 있었다.
반면 2003년 소실된 원주 구룡사 대웅전이나 2005년 불탄 양양 낙산사 원통보전처럼 실측 조사자료가 없는 경우 다시 건물을 지었어도 원형대로 복원됐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하다.
일반 문화재보고서는 문화재의 상태를 개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정밀 실측 조사보고서는 매우 자세하다. 숭례문 정밀 실측 조사보고서의 경우 각 부재의 크기, 높이 등 치수가 ㎜단위까지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일반 보고서는 건축물의 서까래를 서너 개 재어보는 정도지만, 정밀 실측보고서는 수십 개에 이르는 서까래 전부의 치수를 뒤틀림까지 그대로 기록한다.
숭례문보고서의 경우 조사당시 숭례문에 있던 부재 33점과 60년대초 보수할 때 대체한 옛 부재 35점 등 총 68점에 대해 나이테를 통해 연륜까지 측정했고 그 결과 1300년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3점이나 있었고 1400년대, 1800년대, 1900년대의 부재도 있었다. 석축도 돌 하나하나의 치수를 쟀다.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에 대한 정밀 실측조사는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99년부터 국보, 보물 등 중요 목조문화재 143건에 대해 정밀 실측조사를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이루어진 것은 보물 1호 흥인지문을 비롯해 밀양 영남루, 강릉 해운정, 쌍계사 대웅전 등 53건에 불과하다.
한해 4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3~4건에 대한 정밀 실측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숭례문이나 제주 관덕정처럼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정밀 실측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목조문화재 외에 석탑, 부도 등 석조문화재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정밀 실측조사를 하고 있다. 국가지정 석조문화재 286개 중 첨성대, 석빙고, 다보탑, 석가탑 등 95개에 대해 실측조사가 완료돼 있다. 이밖에 서울역사, 러시아공사관 등 근대문화재에 대해서도 정밀 실측조사가 이루어졌다.
이왕기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정밀 실측보고서는 불의의 사고가 있을 경우 문화재를 재현하는 근거자료로 문화재라면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면서 “건물 해체보수 등의 기회를 이용해 중요 문화재부터 더욱 정밀하게 조사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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