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관리 대상 경찰관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권총을 들고 근무지를 이탈, 내연녀와 다투다 권총을 쏴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의 기강 해이와 허술한 총기ㆍ인사 관리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오전 9시40분께 서울 중랑구 H할인점 인근 도로변 K(46ㆍ여)씨 소유 승용차 안에서 서울 강동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오모(46) 경사가 K씨와 말다툼을 하다 격분, 38구경 권총을 발사해 K씨의 오른쪽 허벅지에 관통상을 입혔다.
앞서 오 경사는 오전 8시께 근무지에서 K씨와 통화하던 중 “가족들을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하며 다툰 뒤 “약을 타러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동료 경찰관을 속이고 택시편으로 K씨 아파트로 찾아 갔으며, 아파트 앞에서 K씨와 만나 승용차를 타고 이동했다. 조사결과 4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아온 오 경사는 K씨와 11년째 내연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경마 경정 등 도밖에 빠져 빚을 지는 바람에 지난해 11월 부인과 이혼한 이후 K씨와 자주 다퉈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을 저지른 오 경사는 K씨를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놓은 뒤 지구대로 돌아와 실탄 5발이 든 권총과 탄피 등을 반납하고 범행을 자백했다. 오 경사는 경찰 조사에서 “승용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다 K씨가 흉기를 휘두를 것처럼 보여 순간적으로 총기를 발사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오 경사에 대해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한편 경찰 수뇌부는 경찰관 총기 상해 사건이 발생하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1일 취임한 어청수 신임 경찰청장은 13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찰이 없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내부 기강을 바로 잡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오 경사를 파면하고 소속 경찰서 서장과 생활안전과장, 지구대 순찰팀장을 직위해제 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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