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그 동안 차관 형식으로 지원하던 쌀을 무상지원으로 바꾸고 국군 포로ㆍ 납북자 송환 문제와 연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은 인도적 문제에도 상호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지원된 쌀의 분배 과정에 대한 검증(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효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쌀을 차관 형식으로 주면서 누구에겐 줘도 되고, 누구에게는 안 된다고 제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무상지원으로 바꾸는 대신 모니터링을 강화하면 최소한 군량미로 전용되는 쌀의 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 당국은 그 동안 대북 쌀 지원이 차관 형태를 띄고 있는 한 용처에 대한 제한을 강제하기 힘들다는 어려움을 제기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차원에서 분배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는 있어도 특정용도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쌀 차관 합의문에 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4월 남북이 채택한 '식량 차관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서도 '남과 북은 쌀 수송시기 보장, 쌀 분배현장 방문 등 식량제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지만 용도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다.
정부는 2000년부터 매년 40만~50만톤의 쌀을 차관 형식으로 제공해 왔다. '대북 퍼주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차관이라는 명목을 걸긴 했지만, 사실상 인도적 지원의 성격이 강했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쌀 차관 제공을 위해 지출된 남북협력기금은 7,22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사후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부는 "모니터링을 위해 우리 측 인원이 북측 식량공급소를 직접 방문, 분배과정을 참관하고 지연 주민들과 인터뷰를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쌀 10만톤이 갈 때마다 5곳에서 모니터링이 이뤄졌다지만, 모니터링 장소와 시간을 북측이 정하게 돼 있는데다, 주민들의 인터뷰도 피상적이어서 실질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식량계획(WFP)이 평양에 사무실을 두고 10여명의 전문 모니터링 요원을 파견해 상시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측이 쌀을 무상지원으로 전환하고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할 경우 북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국제기구를 통한 쌀 지원을 포기하면서까지 한때 WFP의 전문 모니터링 요원을 추방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이번에 군량미로 전용된 것으로 확인된 쌀이 차관이 아니라 적십자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 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쌀 차관을 무상지원으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철저한 검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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