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변자가 국가 산업정책의 책임자로 발탁됐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지식경제부 장관에 이윤호(사진ㆍ60)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관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이 내정자는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규제완화에서 시작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친 기업성향의 경제인이다.
재계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천명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친기업 행보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파격적인 인사를 환영하고 있다. 대한상의 한 인사는 "그간 '전경련의 입'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을 기용하는 것은 새 정부의 기업정책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느 정부였다면 재계 이익을 대변해온 전경련 간부를 초대장관으로 기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과거 관료가 경제단체로 내려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경제단체 인사가 역으로 산업정책의 수장으로 거슬러 올라간 예는 없었다. 경제계는 이 내정자가 정부가 경제계에 보내는 '얼굴'이 아니라, 경제계가 정부에 파견하는 '일꾼'이 되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발탁 배경에는 지역, 학교 안배 등이 고려됐다는 후문이 있다. 그런 만큼 그의 입각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이력과 능력을 감안하면 이 내정자는 초대 지식경제부 장관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누구보다 경제계의 가려운 곳이 어딘지 잘 알고 있어 재계 현안 해결사 역할을 무난히 수행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내정자는 경제계에선 LG 출신으로 분류된다. LG 측은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이라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으나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LG는 역대 정권과의 관계에서 가졌던 상대적 소외감도 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정부에서 삼성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을 배출했고, 이명박 당선인은 현대그룹 출신이다.
대전고와 연세대 정외과를 나온 이 내정자는 행시 13회 출신으로 1973년부터 경제기획원에서 관료생활을 시작했다. 76년 퇴직 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에서 유학하며 경제학박사를 취득한 이 내정자는 귀국해 재무부 세제발전심의위 위원, 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87년부터는 럭키금성경제연구소(현 LG경제연구원) 이사를 시작으로 LG경제연구원장, 산자부 산업발전심의 위원 등을 역임하며 재계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5월 전경련 부회장에 영입된 이후에는 미래산업위원회, 신성장동력포럼을 만들고 정부의 10대 신성장산업 선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6,000여개의 규제를 전수조사해 해결방안을 제시한 규제개혁추진단 활동을 주도하면서 새 정부가 정책의 최우선 정책으로 규제개혁을 지목하는데 일조했다.
온화한 성품에 논리적이고 균형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기자간담회나 보고 시에 군더더기 없이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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