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국보 1호’ 숭례문 방화 사건을 계기로 폐쇄회로(CC)TV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 방화 피의자 채모(70)씨가 붙잡히고 구속되기까지 시민들의 잇따른 제보의 힘도 컸지만 CCTV도 한 몫 했다. 10일 채씨가 범행 도구인 사다리를 메고 일산 백석역에서 삼성본관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탄 모습, 방화를 위해 숭례문에 침입한 장면 등이 담긴 CCTV 영상은 채씨의 범행을 결정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냐, 범죄 예방이냐’를 놓고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빌딩, 은행, 심지어 주택가의 후미진 골목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범죄를 막는 CCTV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꼭꼭 숨어도 머리카락 보인다?
공항, 고속도로,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CCTV가 있다. 최근에는 학교 복도와 단골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에도 설치돼 학교폭력과 생활민원을 막는 데도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직장인 조모(28ㆍ성남 분당구)씨는 “인권침해의 부작용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CCTV가 늘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든다”고 말했다. 종로 세운상가에서 34년간 CCTV 등 방범 장비를 취급해온 윤모(63)씨는 “예전에는 공공기관이나 법인 사무실 등에서 보안을 위한 CCTV 설치 요구가 많았지만 요즘은 개인 집 안팎까지 설치를 해달라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CCTV에 발목 잡힌 범인들
실제 CCTV는 범죄 예방뿐 아니라 범죄 해결에도 결정적인 공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강남의 부유층 자제인 함모(21)씨 등 4명이 클럽에서 만난 유학생 A(25)씨 등 여성 3명에게 신종 마약류인 일명 ‘물뽕(GHB)’을 몰래 탄 음료수를 먹인 뒤 모텔로 끌고 가 집단 성폭행한 사건도 모텔 방범용 CCTV에 찍힌 범인들의 인상착의가 결정적이었다. 같은 달 발생한 ‘용인 5,000만원 통장 절도사건’의 범인도 은행 CCTV에 모습이 찍혀 구속됐다. 이웅혁(43)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범죄가 발생한 뒤 범인을 찾고 구속하는 과정에서 CCTV가 경찰의 수사 단서 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 감소에도 불구 유해논란 여전
지난해 11월 경찰청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이상배(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CCTV 현황자료’에 따르면 강남구에 CCTV 관제센터가 처음 설치 설치된 2004년 8월을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의 5대범죄 발생건수는 설치 이전 3년간 42만 2,174건에서 설치 후 3년간 32만 7,063건으로 9만5111건(22.5%)이 감소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과 CCTV 무용론도 여전하다. 오창익(41)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사생활 침해 위험은 물론 숭례문과 주변에 설치된 CCTV가 이번 방화 사건을 막지 못했고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기도 힘들다”며 “결국 CCTV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이고, 관련 법률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6강남구 "골목마다 CCTV… 범죄 30% 줄어"
14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 서울시 전역에 설치된 CCTV 1,244대 가운데 무려 30%인 372대를 운용하고 있는 곳이다. 관제센터내의 대형 모니터에 나타나는 CCTV 영상은 크고 작은 주변과 교차로, 심지어 작은 골목 구석구석을 실시간으로 보여줘 범죄를 물 샐 틈 없이 막고 있었다.
강남구가 CCTV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진용(55ㆍ경감) 역삼지구대장은 "CCTV가 설치된 이후 강도 등 5대 범죄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구에는 2001년 9월부터 2004년 8월까지 3만5,371건의 범죄가 발생했지만 CCTV가 설치된 이후 3년간에는 2만3,714건으로 30% 가량 줄었다. CCTV 영상에 찍힌 범행장면이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우도 166건에 달한다.
CCTV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도 뜨겁다. 2005년 8월 강남구청이 관내 주민 1,163명을 대상으로 'CCTV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인가'라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1,052명(90.5%)이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그저 그렇다', '별 효과 없다'라는 대답은 각각 90명(7.8%), 19명(1.7%)에 그쳤다. 응답자 844명(72.6%)는 추가 설치 여부에 대한 물음에 '최대한 설치'를 요구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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