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걸리던 전지훈련지를 1시간 만에 왔다. 미국 플로리다를 가려면 시카고까지 날아간 다음 비행기를 바꿔 타야 한다. 비행시간, 대기시간, 버스 이동시간을 더하면 꼬박 24시간이 소요된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몸은 파김치가 됐지만 얼굴엔 희망이 넘쳤다. 96년 창단 후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찾았던 그곳은 유니콘스에게 ‘약속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제8구단 창단을 추진 중인 센테니얼 야구단(가칭)이 14일 제주 서귀포로 전지훈련을 왔다. 96년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센테니얼 야구단)가 미국 플로리다가 아닌 곳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것은 처음이다.
오전 9시10분 제주에 도착하자 선수들은 짐을 챙겨 공항 출입구를 나섰다. 이때 한 선수의 외마디 비명에 가까운 한 마디. “우와, 원당보다 더 춥네.” 서울보다는 따뜻하지만 2월의 제주도 날씨는 만만치 않다.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를 밑도는 날도 많다. 이날이 특히 그랬다. 아니, 어쩌면 선수들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전 11시 숙소인 풍림콘도에 여장을 푼 선수들은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뒤 강창학구장 옆에 있는 ‘한국야구 명예전당’으로 이동했다. ‘한국야구 명예전당’은 이광환 센테니얼 창단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국 유일의 야구 박물관이다.
오후 1시20분 이 감독을 비롯한 신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공식 상견례가 있었다. 이 감독은 “새로운 구단에서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자. 돈보다 야구 자체를 사랑하는 선수가 되기 바란다”며 분위기 추스르기에 나섰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강창학구장과 인근 88올림픽체육관에서는 센테니얼 야구단의 첫 훈련이 실시됐다. 선수들은 스케줄에 따라 스트레칭, 캐치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단체훈련을 마무리했다.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은 저녁식사 후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 가량 분야별 야간훈련을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전지훈련 하면 늘 플로리다만 생각했던 선수들에게 제주도는 낯선 곳이었다. 더욱이 영원할 것으로 믿었던 현대 유니폼을 더는 입을 수 없다는 생각에 착잡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직 유니폼은 현대인데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는 센테니얼 야구단이네요.” 한 선수는 운동이 끝난 뒤 방으로 올라가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모자에 새겨진 현대마크를 만지작거렸다.
서귀포=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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