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4일 숭례문에 불을 질러 전소 시킨 채모(69)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모자와 마스크, 점퍼 차림으로 나타난 채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앞서 기자들에게 후회와 원망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채씨는 “불을 지른 것은 내 잘못이며,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 타버릴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채씨는 토지 보상 문제로 촉발된 범행 동기와 관련, “의정부 고충처리위원회에 갔는데 ‘봐줄 수 없다’고 하고, 법원에 소송을 냈는데 합의부 판사가 말도 없었다”면서 “이 일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이 시킨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채씨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추가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분석결과 채씨의 운동화에 묻은 푸른색 염료가 숭례문에 칠해진 것과 같은 성분으로 확인됐다. 또 사건 당일 채씨가 강화군 장정면 전처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범행 도구인 사다리와 배낭을 메고 버스에 승차하는 모습이 담긴 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 등을 입수했다.
경찰은 채씨 신병 처리가 마무리됨에 따라 관련기관의 과실 여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했다. 경찰은 이날 숭례문 관리를 맡고 있는 중구청과 사설경비업체 KT텔레캅 직원을 소환 조사하고, 문화재청과 소방당국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화재 진압 과정 전반을 조사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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