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변호사쯤 되는 잘난 인물과 사랑하는 여인, 또 다른 양복쟁이가 그려가는 삼각관계. 이쯤은 돼야 ‘멜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일찍이 멜로드라마로 분류돼버린 SBS 드라마 스페셜 <불한당> 에는 그 어느 것도 없다.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시청률도 보잘 것 없다. 불한당>
그러나 마니아 층을 이루는 <불한당> 의 시청자들은 “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는 없다”며 “멜로가 아닌 가슴 따뜻한 휴먼드라마로 봐달라”고 강변한다. 뜬구름 잡는 멜로의 전형을 벗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 <불한당> 은 어떻게 다를까. 불한당> 불한당>
기존 멜로의 잣대를 <불한당> 에 들이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들의 면면. 이들을 보면 우선 한숨부터 나온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친구 집을 전전하며 그저 매끈한 허우대로 여자 등이나 쳐 먹는 권오준(장혁)은 말 그대로 ‘불한당’이다. 여자 주인공도 그저 그렇다. 남편과 일찍이 사별하고 딸 하나 키우는 애 딸린 젊은 과부 진달래(이다해)가 여자 주인공이다. 불한당>
이들과 삼각관계를 엮어가는 김진구(김정태)마저 ‘혹시나’하는 기대를 고스란히 꺾어버린다. 돈 잘 버는 펀드 매니저일 뿐 사람들과 사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성격에 문제가 있다.
이쯤 되면 드라마는 이미 막장 멜로 정도로 치부될 만하다. 그러나 사랑을 뛰어넘은 인물들간의 소통방식은 <불한당> 을 단순 멜로에서 휴먼 드라마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진달래는 자신의 돈 3,000만원을 사기 치려는 권오준에게 ‘믿음’이라는 것을 심어준다. 불한당>
어떤 거짓말에도 자신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달래의 벽창호 식 소통방식은 이내 오준을 착한 청년으로 돌려놓는다. 다른 사람과 진심을 나누지 못하는 진구도 달래가 보여주는 사랑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면서 세상과 소통한다.
동성애 코드는 <불한당> 을 더욱 휴먼드라마에 가깝게 올려놓는다. 오준의 오랜 친구 만두(홍경인)가 오준에게 동성애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는 설정은 탁월하다. 남자끼리 쌓은 오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만두의 모습은 우정이 어느 날 갑자기 동성애로 다가왔을 때 생기는 고민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불한당>
만두를 이른바 ‘꽃미남’으로 설정해 동성애에 대한 판타지를 엮을 수도 있었을 법한데 만두는 영락없이 <불한당> 의 분위기를 따라 평범한 외모의 가난한 남자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불한당>
<불한당> 에서는 성격 이상으로 타인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사람, 동성애자 등 정서적,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봄볕처럼 따뜻하게 그려진다. 이런 시각은 전과자 출신의 여성을 통해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인권 차별의 문제를 다룬 KBS <인순이는 예쁘다> 와 많이 닮아 있다. 인순이는> 불한당>
<인순이는 예쁘다> 가 그랬던 것처럼 비록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불한당> 에 열광하는 팬들은 “화려하고 거대한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심을 보여주는 <불한당> 의 가치는 존중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한당> 불한당> 인순이는>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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