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세뇰 귀네슈(56) 감독에게선 지난해 K리그 첫 발을 내딛었을 때의 여유로움은 찾을 수 없었다. 아킬레스건 파열로 깁스를 한 채 의자에 앉아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응시하는 매서운 눈빛에서는 비장함 마저 엿보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터키를 3위로 이끌었던 명장 귀네슈 감독의 부임으로 서울은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6강 플레이오프조차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귀네슈 감독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K리그 적응기를 마친 귀네슈 감독은 치밀한 준비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선택과 집중
귀네슈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한국 축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리그를 치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리그 특성을 파악했고 선수들과도 친해져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은 보다 편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 해 줄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가용 자원이 모자란 와중에 컵대회와 정규리그 동시 석권을 노리다 낭패를 봤다. 올해는 지난 시즌의 실패를 거울삼아 ‘선택과 집중’을 기초로 시즌에 임할 계획이다. 귀네슈 감독은 “올시즌에는 집중해야 하는 분명한 경기에 최상의 멤버를 가동할 것”이라며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시즌을 꾸려가겠다고 말했다.
‘팬들이 원하는 축구+승리’ 추구
귀네슈 감독은 지난해 팬들을 위한 축구를 강조했다. 팬들이 승패를 떠나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경기를 만드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올해는 팬들을 위한 즐거움에 승리의 결과까지 더해져야 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해 팬들과 선수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팬들이 원하는 즐거운 축구에 결과까지 뒤따를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출 것”이라고 자신했다.
귀네슈 감독은 3월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LA 갤럭시와의 친선경기에서 ‘새로운 FC 서울’의 면모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2008 시즌에 나서는 서울의 전력을 갤럭시전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높아진 팬들의 수준에 맞출 수 있는 멋진 경기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의 올해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정규리그 1위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고 생각한 귀네슈 감독이 제시한 최소 목표다.
그는 “전지훈련이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고 전력보강도 이뤄졌기 때문에 올해는 6위 안에는 꼭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한 달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며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에 초점을 맞춰 팀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귀네슈 감독은 또 다른 목표는 서울을 이끌고 세계 무대로 나가는 것이다. 임기 내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명문팀과 맞붙어보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야심차게 나선 K리그 첫 해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귀네슈 감독이 두 번째 시즌을 맞아 ‘세계적인 명장’의 이름값을 해낼지 주목된다.
안탈리아(터키)=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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