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전소된 숭례문의 일부 잔해가 벌써 폐기장에 버려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과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비록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 하더라도 교육 및 연구적 가치까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은 ‘숭례문을 나중에 복원하더라도 당분간은 재 하나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을 보존한 상태로 유적 발굴하듯 잔해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학자인 한영우 한림대 특임교수는 “비록 불에 타 쓸 수 없게 된 재목이라도 그 자체는 유물 연구자료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절대 그냥 버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부끄러운 이 화재 사건을 (후세에 걸쳐) 두고두고 반성하자는 뜻에서 잿더미라도 따로 모아 보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쓸모 없어 보이는 숯조차도 귀한 역사 연구자료가 될 수 있다.
이용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처리담당관은 “숯은 탄소측정을 하기에 좋은 자료”라며 “숭례문 어느 부분의 서까래가 어느 시기에 교체됐고, 수리가 있었는지 역사적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원 가능한 부재들은 최대한 활용을 하고,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재료라도 따로 모아 교육ㆍ연구자료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반응도 한결같았다. 서울 해성국제컨벤션고 3학년 이지은(18)양은 “잔해를 이대로 그냥 버린다면 (이런 참화가 또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또 잊어버릴 것”이라며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주도록 박물관에라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오민정(25ㆍ여)씨는 “잔해도 나름대로의 역사적 가치가 있다”며 “복원은 복원대로 진행하더라도, 불에 탄 자재들은 따로 옮겨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에 탄 숭례문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일을 하루 쉬고 서울에 왔다는 의사 이용수(59ㆍ경기 여주시)씨도 “불타 버렸지만 그것도 유산”이라며 “문화재 보존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소득 2만불’ 운운하고, 심지어 잔해를 마구 버리기까지 하다니 참으로 부끄럽다”고 울먹였다.
‘낚시광준초리’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위에 계신 분들은 ‘보기 싫으니 빨리 치우자’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며 “폐기할 바엔 차라리 일반 국민들이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게 낫다”고 썼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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