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2월 들어 1,600~1,700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다. 악재와 호재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추세의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주가 지수는 박스권이라도 업종과 종목 간에는 부침이 심해 멍하니 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상황. 박스권 장세를 견뎌낼 투자자의 주요 생존전략을 참고해 보자.
방망이를 짧게 쥐어라
야구로 치자면 지금 주식시장은 서브프라임 사태와 경기침체 등으로 무장한 미국이라는 강속구 투수를 만난 셈이다. 지난해는 조선, 철강 같은 '주도주' 구종을 골라 대충 휘둘러도 장타로 이어지곤 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미국의 경기후퇴가 시차를 두고 신흥국의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더 이상 지난해 잘나갔던 '구경제 대표업종'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강 골라잡아 느긋하게 들고있어서는 살아나갈 확률이 낮다는 얘기다.
장기 가치투자자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이럴 때는 예전처럼 홈런 같은 장타를 노리기 보다는 방망이를 짧게 쥐고 단타를 노리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 될 수 있다. 박스권 하단(1,600선 초반)에서 사고, 상단(1,600선 후반)에서 미련없이 파는 전략도 고려할 만 하다.
제대로 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라
건강할 때는 입에 맞는 음식만 먹어도 별 탈 없던 사람도, 건강이 나빠지면 자연스레 편식을 지양하고 유기농 같은 음식을 골라 먹는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주가의 변동성이 높고 주도주가 없으며 오르내림이 매일 뒤바뀌는 상황에서는 지난해까지 갖고 있던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분산하는 것이 좋다.
조선, 기계, 철강 등에 몰빵해 놓은 투자금을 일부 빼 장기간 소외됐던 IT, 자동차, 은행 등 업종이나 종합주가지수와 상관도가 낮은 통신, 제약, 유틸리티 등 저베타 업종에 나눠 넣는 것이다. 지수가 하락할 때는 소외ㆍ저베타 업종이 수익을 안기고 오를 때는 많이 떨어졌던 지난해 주도주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
종목 선정도 평소보다 훨씬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실적이 좋더라도 외국인이 많이 팔고 있다거나,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어도 실적기대치가 낮으면 헛방일 수 있다.
삼성증권은 실적과 밸류에이션 기준, 수급여건을 감안한 안정적인 종목으로 대한항공, 현대차, 포스코, 삼성전자, 호텔신라, 한미약품, 동양제철화학, LG마이크론, KT&G, 두산중공업, NHN, 메가스터디 등을 추천했다.
현금도 훌륭한 종목이다
주식 9단은 현금도 종목으로 본다는 말이 있다. 지금처럼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변수로 시장이 급변할 때는 현금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현명한 대응이다. 현금을 쥐고 있으면 돌발악재로 주가가 급락하거나 새 유망종목을 발견했을 때, 신속히 반응할 수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대규모 펀드들도 운용자금의 92% 정도만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 현금으로 만약을 대비한다"며 "최근 박스권 장세를 각자의 투자체질을 개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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