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소화기 몇 개 더 늘리고, 없던 경비원 배치하고, 순찰차가 다닌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문화재 재난방지 예산만 늘려서 될 일도 아니다. 제2의 '숭례문 참사' 를 막으려면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문화재보호법을 고쳐서라도 관리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문화재 관리를 건설공사처럼 '하도급'식으로 맡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지방자치제 실시와 인력과 예산,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문화재청은 경복궁 등 5대 궁과 조선왕릉, 현충사 등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문화재를 지자체에 관리하도록 넘겼으나 충분한 지원을 해 주지 않았다. 문화재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으려 해도 절차가 복잡해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문화재는 사실상 '버려진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서울 중구청과 같은 지자체들은 효율성, 경제성을 이유로 문화재 관리를 민간업체에 맡겼다. 234개 지자체 중에서 문화재 전담 부서를 둔 곳은 거의 없다.
대신 생색나는 각종 행사와 축제에만 돈과 신경을 쏟아 붓고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다'고 떠버리고 있다. 이번에 그나마 종묘가 화를 면한 것은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소를 두고 부족한 인력이지만 24시간 방호 및 순찰을 한 덕분이다.
그 동안 문화재 전문가들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적어도 국보급 문화재들은 국가가 직접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숭례문이 불타자 그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유홍준 문화재청장도 "숭례문의 1차 책임관리가 중구청에 있는 관리시스템은 빨리 고쳐야 한다.
문화재청이 권역별로 지청을 갖고 직접 관리감독 및 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숭례문이 불탄 마당에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지자체에 관리를 맡긴 문화재에 대한 지원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감독은 철저히 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만 서둘러 고치듯 숭례문을 다시 세우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이번에만은 꼭 전체 관리방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안 그러면 어디서 또 '제2의 숭례문 참사'가 터질지 모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