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비자금 조성·차명계좌 개설 주도 여부 등 집중 조사
삼성 특검팀이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전격 소환, 수사가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2인자라는 점에서 수사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뒤 소환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때문에 특검 수사기간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전격 소환된 것은 의외다. 하지만 특검팀은 설 연휴 직전 “연휴가 끝난 뒤 피의자도 나오고 바빠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의 소환은 특검팀이 기초조사를 통해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ㆍ관리했다는 의혹의 윤곽을 상당히 파악했다는 의미로 분석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10일 출범 후 계좌추적과 차명계좌주인 삼성 전ㆍ현직 임원의 줄소환 조사를 통해 “내 계좌가 아니다”는 진술을 받아내는 등 차명계좌들이 비자금 조성 및 관리용으로 사용됐다고 잠정 결론 내린 상태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60여개 계열사마다 평균 3명씩의 임원을 보내 비자금을 조성, 관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이 비자금 조성 및 운영의 핵심 부서로 사실상 확인된 마당에 실무자보다는 전략기획실의 최고 책임자인 이 부회장을 바로 소환해 직접 해명을 들을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측은 소환자 선별 출석 및 ‘모르쇠’해명으로 105일 시한부 특검팀의 수사속도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어, 실무자의 구구한 변명을 듣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도 직접 관련돼 있어 어차피 조사 필요성이 있었다.
이와 함께 삼성 본관과 계열사 등의 잇단 압수수색과 차명계좌 추적 과정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없자 돌파구 마련을 위해 삼성의 2인자 소환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도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 단계로 들어서게 됐다. 이는 이건희 회장 일가에 대한 조사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포석이기도 하다.
특검팀이 이날 삼성전자에서 주주명부 등을 확보한 것도,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삼성전자 주식들이 이 회장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명 구입됐을 것이라는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의 일이다. 국세청의 이 회장 일가 납세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차명계좌 돈은 이 회장 개인 돈”이라는 주장을 논박할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가 이 회장 소환으로 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특검팀은 당분간 김인주 사장 등 전략기획실 인사들을 소환하고 이 부회장도 한두 차례 더 불러 사건 실체 규명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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