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2일 사진작가 김중만(54)은 인근 빌딩 옥상에서 숭례문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풍경들을 촬영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숭례문을 다양한 각도에서 찍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은 숭례문이 그 자신에게 최후의 사진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였다.
“제가 어려서 서울 남대문 초등학교를 다닌 덕택에 숱하게 남대문을 봤죠. 어린 시절의 친구 같다고 할까? 그래도 막상 피사체로 담아낸 건 처음이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네요. 정말 가슴 아픕니다.”
불타버린 숭례문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한국일보에 숭례문 사진 6점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사진기에 담았던 숭례문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게 그의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통해 복원성금을 마련해보자고 했다.
물론 그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국민성금 발언으로 성금 모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해있음을 잘 안다. 그렇다고 가만히 슬프고 분노만 하기에는 처참하게 불탄 숭례문이 그를 가만 두지 않는다.
“숭례문 복원성금 모금에 대해 반대 여론이 너무 강하다고요? 정치 지도자의 말 한 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불타버린 숭례문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억누르며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합니까? 그 정도로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않다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를 600여 년 동안 지켜준 숭례문을 포함해 문화 유산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숭례문이 불탄 자리에 가득한 절망감과 허무함을 새로운 희망과 대안으로 채워야 할 때가 아닌가요?”
그의 충정어린 제안을 받은 한국일보는 과거의 성금 모금 방식을 피하고 누구나 고르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김 작가가 찍은 숭례문의 밤과 낮 사진을 각각 우편엽서로 제작해 1,000원의 성금을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주는 ‘숭례문 사진 갖기’ 캠페인이 바로 그것. 이를 통한 수익금의 전부는 숭례문 복원에 쓰여진다.
“대통령 당선자도 국민 중 한 분이니까 성금을 내고 꼭 동참하시리라 믿어요. 지도자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참여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겠죠. 정부 예산이 부족해서 성금을 모으자는 건 아닙니다.”
그는 이번 캠페인이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전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작고 조그맣고 소박하게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마음과 마음을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그 첫걸음을 시작해보자.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